외국인도 '총수' 지정 된다…'美국적' 쿠팡 김범석은 빠질 듯, 왜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인도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껏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총수로 지정되지 않았던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제도 개편 이후에도 지정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예외 요건 해당하면 총수서 제외
공정위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쿠팡은 2021년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으면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는데 김범석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총수 지정을 피했다. 외국인 총수 지정의 근거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총수 지정 때 국적과 관계없이 적용하는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 ‘지주회사 등 기업집단 최상단 회사의 출자자’,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라는 기준 등은 이전과 동일하다. 다만 총수 지정을 피할 수 있는 예외 조건이 마련됐다.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개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고 ^해당 개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사이에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으면 총수에서 제외한다.
쿠팡의 경우 김 의장은 쿠팡의 지주회사 격인 미국법인의 지분만을 가지고 있다. 김 의장이나 그 친족의 국내 계열회사 지분은 없다. 채무보증과 자금 대차 관계는 따져봐야 하지만, 현재로썬 김 의장 개인이 아닌 쿠팡 법인이 총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 바뀌었는데…37년 된 규제 그대로
한편 대기업집단 제도를 근본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정위가 총수에서 제외하는 예외 조건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예외에 해당하는 국내 대기업집단이 쿠팡 등 1~2곳에 불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쿠팡처럼 해외 상장 등을 통해 규제 회피가 가능하다는 게 명시화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대기업집단 제도가 처음 도입된 건 1987년이다. 당시 지정 회사는 삼성 등 32개 사에 불과했다. 지정 기준(자산총액 5조원 이상)은 2009년 이후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자산총액도 늘다 보니 올해 지정 집단 수는 82곳에 달한다. 상당수 기업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등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춰왔지만, 규제 범위는 되레 넓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집단 지정은 한국에만 있는 이례적인 제도다. 일본에 유사한 제도가 있었지만, 2002년 사실상 폐지됐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채무보증을 통해 돈을 빌리면서 계열사를 확장하는 행태가 문제였던 건데 지금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또 예전처럼 그럴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규제를 존속하는 꼴”이라며 “당장 폐지는 못 해도 지정 범위나 공시 의무 등은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만 봐도 발렌베리 가문처럼 한 기업집단이 커다란 경제적 영향력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식 규제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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