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매체들의 '윤석열 비판-한동훈 찬양', 낯 뜨겁다
[오태규 기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시집온 며느리가 시집살이하며 시어머니한테 심한 구박을 받고 있는데, 시누이가 말리는 척하면서 시어머니 편을 들 때 쓰는 말입니다.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와 비슷한 일을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겁니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직장에서 상사한테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꾸지람을 듣는 중입니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촉새 같은 선배가 불쑥 끼어들어 꾸중하는 상사를 뒤로 밀쳐내며 직원에게 "내가 뭐라고 그랬어, 진작부터 일 처리 좀 꼼꼼하게 하라고 그랬지"라고 설레발을 놓습니다. 직원은 상사에게 변변한 항변도 못 한 채 졸지에 무능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상황이 끝납니다. 이때 정신이 제대로 박힌 직원이라면, 선배의 절묘한 개입으로 상사의 꾸중을 모면해 다행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질책을 피하게 해주는 척하면서 자신을 무능력자로 만든 촉새 선배에 대한 적개심이 활활 타오를 겁니다.
최근 위기에 빠진 윤석열 정권을 배경으로, '때리는 시어머니, 말리는 시누이' 속담을 방불케 하는 일이 무대극처럼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며느리, 윤석열 정권을 시어머니, 친윤 매체를 시누이라고 생각하고 상황을 짚어봅시다.
▲ 서울중앙지법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월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 연합뉴스 |
올해 윤 정권이 국내에서 한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검찰 정권답게 검찰 친위대를 총동원해 '이재명 죽이기'에 몰두한 것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1년 반 이상 그의 주변을 쥐잡듯이 뒤지며 탈탈 털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를 감옥에 보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12·12 군사 쿠데타를 주도했던 하나회를 빼다 박은 듯한 '검찰 하나회'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검찰 하나회' 두목의 의중이 그렇기 때문이겠죠.
윤 대통령이 집권 뒤 국정 운영의 가장 중요한 상대인 제1야당 대표를 '피의자'라면서 사람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검찰 하나회에 그를 계속 물어뜯으라는 '개 피리 소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신호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같은 피의자 신분인데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중요 행사 때마다 옆에 함께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예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재명 죽이기' 못지않은 악행은, '언론 죽이기'입니다. 윤 정권은 박민의 <한국방송> 체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태에서 알 수 있듯이 공영방송을 '친윤 방송', '땡 윤 방송'으로 재편하는 작업과 함께, <뉴스타파>를 필두로 한 비판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때 악명을 떨쳤던 언론탄압 및 언론 조작 기술자 이동관을 방통위원장에 앉혔다가 여의치 않자 바로 다음 타자로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형님' 김홍일을 투입한 데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론을 꼭 장악하고 말겠다는 흑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여우로 안 되니 호랑이를 내보내서라도 언론 장악을 해내고 말겠다는 오기와 겁박이 아니고서야, 방송의 'ㅂ', 통신의 'ㅌ'도 모르는 문외한을 내리꽂을 리가 없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듯이, 윤 정권은 외정에서도 죽을 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올 1년 동안 역대 최대 경비(578억 원)를 쓰면서 역대 최다(13차례)로 해외를 쏘다녔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빈 수레가 더욱 요란했던 그들만의 화려한 해외 나들이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외정의 실패에서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건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의 참패입니다. 무려 5744억 원을 처들이면서 겨우 29표를 얻는 데 그친 '비용 대비 효과'의 처절함은 둘째 친다고 해도, 투표 결과 발표 직전까지 119표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역전승을 거둘지도 모른다는 환상 아래 축하연과 축하공연까지 준비했다는 '정신 승리법'의 사고는, '설명 불가'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사우디의 압승을 예견한 상태였는데도 말입니다. 정보 수집력과 판단력이 이토록 고장 난 윤 정권의 외교·안보 담당자들에게 과연 이 나라의 안위에 대한 책임을 맡겨도 될 것인지 심히 의문을 품게 합니다.
그래도 윤 정권은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을 최대의 외교 치적으로 꼽을 겁니다. 한미일 3각 동맹의 강화로 이전보다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회담 이후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하게 밀월관계에 들어가고 중국과 냉랭한 관계가 이어지며 한반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반작용을 보면, 이 회담은 한국의 일방적 희생으로 미국과 일본에만 좋은 일 시켜준 외교적 사건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삼각동맹을 위해 회담 전에 한국은 역사 문제에서 일본에 굴욕적으로 머리를 조아렸고, 회담 후에는 부산 엑스포 참사에서처럼 다극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고립되는 쓴맛을 보고 있습니다.
내·외정에서 윤 정권의 복합적인 실패가 수치로 나타난 것이, 윤 대통령에 대한 '30%대 지지- 60%대 반대'의 고착화 현상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최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택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체제입니다. 윤 정권이 국민의 생활과 복지,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권력의 단맛을 즐기다가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꺼내든 최후 수단이 '윤 대통령의 아바타' 한동훈 당겨쓰기인 셈입니다.
▲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한동훈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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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12월 8일자 이기홍 칼럼 '이 나라 보수는 김건희 리스크를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 |
ⓒ 동아PDF |
김건희씨가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기사는 '함정 취재', '유튜브 기사'라고 폄훼하면서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뒤늦게 김씨를 사저로 유폐시켜야 한다는 둥 쓴소리를 하는 걸 보니, 친윤 매체들이 급하긴 급했던 모양입니다. 비아냥과 깐죽거림을 입에 달고 사는 한동훈씨를 감히 이순신·강감찬 장군에 빗대는, 저들의 혹세무민성 찬사를 그대로 옮기며 국민을 현혹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 노릇을 충실하게 해온 그를, 윤 대통령이 초래한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영웅이라도 될 것처럼 추어주고 있습니다. 그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용산과 국민의힘 사이의 수직적 관계가 갑자기 수평적 관계로 변하고, 젊은이를 위한 밝은 미래가 금세 열릴 것처럼 분칠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12월 21일자 조선일보 <與원로들 ‘한동훈 비대위’ 힘 실어… “이순신처럼 배 12척만 남은 당, 맡겨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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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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