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전주 '얼굴없는 천사'…8000만원 기부

2000년부터 24년째 선행 이어와

전북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어느덧 24년째다.

익명으로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 성금 전달…총 8006만3980원

27일 오전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놓고간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전주시 제공]

27일 오전 10시 13분께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중년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 남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주민센터 인근) 이례교회 표지판 뒤에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은 현장에서 현금과 돼지저금통, 편지가 든 종이상자를 발견했다. 확인 결과, 성금은 오만원권 지폐와 동전을 합해 총 8006만3980원이었다. 오만원권이 1600장(8000만원), 500짜리 동전이 76개(3만8000원), 100원짜리 동전이 245개(2만4500원), 50원짜리 동전이 12개(600원), 10원짜리 동전이 88개(880원)이다. 같이 있던 편지에는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짤막한 인사가 있었다.

이로써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올해까지 24년째, 25차례에 걸쳐 이어지게 됐다. 그가 전달한 누적 성금액은 9억 6479만7670원에 달한다. 전주시는 이 천사의 뜻에 따라 성금을 노송동 지역의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해 쓸 계획이다. 송해인 노송동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얼굴 없는 천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그가 바란 대로 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2000년부터 선행 시작해 24년째 25차례 기부…'선한 영향력' 전파

앞서 2000년 4월 이 천사는 당시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12월 26일에는 74만원의 성금이 익명으로 전달됐으며 2002년엔 5월 5일 어린이날과 12월 두 차례나 저금통을 건넨 바 있다.

성금 액수도 점점 커졌다.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을 놓고 가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전주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린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는 선행을 멈추지 않았다. 2021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천사는 7009만4960원의 성금을 전달했고, 지난해에는 소년·소녀 가장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7600만558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천사의 성금은 매년 생활이 어려운 노송동 주민과 학생에게 연탄, 쌀, 장학금으로 전달됐고 주민들은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천사축제와 다양한 재능기부 행사를 열고 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