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특별 인터뷰 | “尹 정부, 이념과잉 탈피하고 ‘탈중국’ 노선 수정하라”

2023. 12. 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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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한국 경제 활로,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에게 묻다

■“중국 수출 회복 못하는 한, 인구 감소 속 2% 안정성장 달성 어려울 것”

■“가계와 기업의 엔진이 꺼지는 상황에서 정부 긴축재정 노선 수정 필요”

■“한국 경제에 관한 과도한 비관 피해야… 출산율 일본 수준은 갈 수 있어”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2023년 9월 [일본이 온다]라는 책을 펴냈다. 여기서 김 원장은 일본의 새로운 대외 팽창과 한국의 미래를 탐색했다.

기획재정부는 11월 19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낸 자료 하나를 발표했다. 2023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2.0%로 추정하는 통계였다. 당초 7월 1.4% 성장에서 무려 0.6%p 상향 조정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1.4%로 예상됐다. 한국과 일본 경제의 성장률 역전 현상은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경제에 무언가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2024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우리 경제는 가계, 기업, 정부가 모두 ‘부채의 벽’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부동산이 하락하며 가계 자산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고,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은 역대 최대(1875조원)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증가 속도마저 가팔라졌다는 점이다.

이런 환경에서 윤석열 정부는 감세와 재정건전화 정책을 펴고 있다. 12월 4일 윤 대통령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기존 방향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조건에서 어떻게 대한민국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저출산을 극복하며 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품고 12월 11일 김현철(62)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과 마주했다. 자타공인 일본 경제 전문가인 김 원장은 일본이라는 거울에 한국을 투영하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점과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김 원장은 현실 정책에 관여한 경험자이기도 하다. 그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곳은 현 정부의 그것과 다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윤 정부가 놓치고 있는 사각(死角)을 짚어낼 수 있을 것이다.


日 경제에 성장률 재역전당한 韓 경제


이제 한국 경제는 ‘우아하게 늙어가는’ 저성장을 받아들여야 할까?

“‘저성장=폭망’이라고 여기는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과도하다. 일본도 그렇듯 사회가 고령화할 수록 그런 걱정이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대한민국 소멸’, ‘피크 코리아’ 같은 말은 지나치다. 나는 선진국 데이터에 근거해 ‘성장률 2% 수렴론’을 주장한다. 노력하면 ‘2% 안정성장’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못해서 1% 이하로 성장률이 떨어지면, 그것이 저성장이라고 정의한다.”

꾸준히 2%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고성장·중성장 단계에서는 투입하는 양으로 승부를 봤다. 인구가 증가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양적 투입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성숙기에 2% 성장하기 위해 중요한 팩터는 ‘생산성’이다. 서구와 일본 모두 이민을 받아들여 인구나 기업 투자는 유지하면서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한국은 주력인 반도체가 꺾이면 성장률을 사수하기 어렵다.

“내가 문 정부에 있을 때부터 ‘산업의 세대교체’를 말했다. 전자·자동차·바이오 세 가지는 우리가 가장 잘하고 있는 산업이다. 여기서 시간을 벌어줄 때 배터리 등 신산업을 만들자는 논리였다. 갈수록 우리 경제를 뒷받침해줄 ‘기둥산업’이 부족한 상황이다.”

소위 ‘친기업’이라는 윤석열 정부이지만, ‘산업정책’이라 할 만한 것이 있을까? 얼마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시장에서 떡볶이 먹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더라.

“윤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를 따른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물가 관리를 위해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겠다고 한다. 혁신기업이라는 카카오는 속된 말로 현 정부에 찍혀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거의 매달 대통령 순방마다 재벌 총수들이 동원된다. 이런 일들이 1년 반 이상 쌓이며 경제계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적어도 보수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혁신산업을 성장시켜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퇴보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일본 경제가 성장률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이 추세는 얼마나 지속될까?

“잠재성장률로 보면 한국이 여전히 일본보다 3~4배 높다. 이것이 역전된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경기 사이클에서 우리는 정점을 찍고 내려앉고 있지만, 일본은 거꾸로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시점이다. 일본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것은 ‘지체된’ 경기 회복 덕분이다. 우리는 코로나19 회복 이후 확 경제가 회복됐다가 이제 (그 약효가 다하며) 주저앉고 있다. 반면 일본은 30년 이상 장기침체를 겪었다. 그 여파로 코로나19 때에도 헤매다가 (지속적인 확장 정책의 효과가) 최근에야 나타난 셈이다. 뒤집어보면, 한국에 비해 일본 경제의 역동성이 약하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일본은 끊임없이 돈을 풀었다. 의도했던 효과가 이제야 발현된 것인가?

“그 결과가 일본의 ‘엔저 현상’이다. 엔저가 발생하면 대기업의 수출 경제에 햇빛이 들어온다. 지금 도요타, 소니가 역대 최대 영업이익,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햇빛이 비치지 않는 곳은 굉장히 힘들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은 비싸진 물품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사실 엔저 정책은 일본 경제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대하는 차이


2023년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깡통시장에 주요 기업 총수들을 불러 모았다. 엑스포 유치 무산 이후 부산 민심을 달래는 정치적 행사에 재계가 동원됐다는 지적이 따랐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통화량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은 비단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큰 틀에서 그렇게 움직인다. 당장은 경제를 살리고 민심을 잡기 위해 정치권이 이를 용인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갈 순 없지 않은가?

“일본 정부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지금의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 그토록 기다렸던 디플레이션 탈출의 길이 열렸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서민층은 그 과정에서 고통 받는다. 보수우파 신주류인 아베 전 총리와 달리 기시다 총리는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구주류 출신이다. 크게 보면 일본은 1955년부터 2012년까지 구주류가 자민당 내에서 정권을 잡았다. 구주류는 서민층을 중시하는 전통적 그룹이다. 그러나 2012년 이후 등장한 신주류는 수출 위주의 대기업 친화적이었다. (아베와 차별화하는 지점에서) 기시다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들고 나왔다. 임금 인상 등을 통해서 서민의 고통을 완화해 주겠다는 발상이다. 다만 이는 고통을 치유하는 정책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하려면 제로금리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일본은 10년물 국채 금리를 완화하며 서서히 출구 전략에 들어섰다. 내년쯤 기준금리도 서서히 정상화한다면 지금과 같은 엔저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

한·일 성장률 역전에 대해 한국의 정책적 과실은 무엇일까?

“지금 윤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중 하나를 꼽는다면 ‘이념과잉’일 것이다. 특히 ‘탈중국’이 그렇다. 윤 정부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전임 정부가 한 것은 잘못된 것이고, 그 반대로 하면 된다’는 논리다. 또 다른 하나는 반공 전체주의와 대적하기 위해선 자유 민주주의 진영에 가담해야 한다는 진영론이다. 그 진영론의 주요 타깃이 중국이다. 자유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일본, 미국과 같이해야 하는데, 마침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을 하니까 우리는 이제 중국과 멀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미·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미국의 줄에 서는 것이 합당하지 않나?

“정치·외교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다만 경제까지 그 이념을 들이댄 것이 문제다. 용산 대통령실이나 주중 한국대사관 차원에서 탈중국 분위기를 잡는 것은 이념 과잉이다. 우리나라는 통상 국가다. 수출이 경제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현재 하강 국면이다. 또 구조적으로 기업과 가계 부채가 많다. 이런 와중에 이념을 앞세워 우리나라 제1의 주력시장인 중국에서 빠지면 어떻게 되겠나? 실제 한국은행의 2023년 경제성장률 예측이 당초 2.5%에서 1.4%까지 급속히 나빠졌다.”


“총선용 재정지출이라도 했으면…”


2023년 11월 한신 타이거즈가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자 연고지 오사카 팬들이 집결했다. 일본의 내수 경제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수출이 회복되지 못하며 이렇게 됐다는 의미인가?

“반도체의 주력 시장도 중국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산업 전반이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받기 시작하니까 한국 경제가 갑자기 안정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도 탈중국은 하고 있지 않나?

“우리가 오해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수출 금지 때문에 중국과 일본은 사실상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교류한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당수가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중국 공산당에 전달했다. 우리나라 전직 국회의장에 해당하는 전직 중의원 의장이 50여 명의 대기업, 중견기업 회장단을 이끌고 중국 공산당을 방문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중국에 대해 정경(政經) 일치를 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또 하나의 뇌관은 열악한 가계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심각하다.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 물가가 올랐다. 정부는 3~4%라고 말하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10% 가까이 올랐다. 기업과 가계의 엔진이 꺼져버린 셈이다. 그러면 정부라는 마지막 엔진을 풀가동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 하지만 윤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 특이하게도 2022년 추경으로 거의 60조원 가까이 썼다. 그런데 그때는 올해보다 경제가 좋았다. 지금은 경제가 더 안 좋은데도 이번 정부는 안 쓰겠다고 한다.”

4월 총선이 다가오면 재정을 투하하지 않겠나?

“(쓴웃음을 지으며) 차라리 표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핀 포인트로 썼으면 좋겠다.”


“부동산, 연착륙=부양책 아니야”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경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탈중국 이념에서 탈피한 실리적 접근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윤 정부의 ‘핀 포인트’가 부동산 부양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동의한다. 재정에는 ‘책임성’이라는 것이 있다. 서민 가계가 힘들고 중소기업들이 고통 받고 있으면, ‘쓸 때는 써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정부에서는 책임성은 없고, ‘건전성’만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은 문재인 정부 때 급등했다가 현재는 회복과 조정을 반복하고 있다.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까?

“일본은 1980년대 기업부채,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이를 해결하려고 일본 정부는 지나치게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유동성을 잠근 것이다. 그 결과 ‘경착륙’이 벌어졌다. 우리 정부가 항상 유념할 것은 이런 경착륙을 피하는 일이다. 윤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을 막은 것은 잘했다고 본다. 그러나 서서히 연착륙을 시켜야 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침체될까봐 오히려 일시적으로 보금자리론 같은 부양책을 내놨다. 이러다 보니까 주저앉을 줄 알았던 부동산이 오히려 또 올랐다. 이는 경제 정책의 ‘믹스 실패’다. 회복시켜야 할 수출은 경착륙시키고, 연착륙시켜야 할 부동산은 부양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가 무산됐다. 성패 여부를 떠나서 무려 90표나 차이가 났는데 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박빙으로 생각하고 총력전을 불사한 것 같다. 국가 핵심 정책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대통령실 내부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청와대에서 일한 김 원장의 경험을 빌려 이해하고 싶다.

“대통령실의 소통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집권 국가의 최대 장점은 대통령실에 최고의 인재가 모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고의 인재들이 신속,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 세계화의 기적을 이룬 원동력 중 하나라고 본다. 내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있을 때 나의 임무 중 하나는 ‘직언’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국가에서 보좌진의 충고와 조언을 듣지 않으면 폭주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어떤 현안에 대해 전문가를 불러오면, 그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한테 들었다. 정황 증거를 모아보면 윤 대통령에게 직언하기가 어려운 구조가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고 추론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경험이 없이 당선됐다. 일본의 총리는 적어도 10선 이상은 해야 맡는 자리다. 설령 그 총리가 능력이 없다고 해도 10선이 될 정도의 ‘최소한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어쩌다 대통령’이라고 할 정도로 1년 정도 준비하고 대통령이 된 분 아닌가. 그러면 보좌진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데, ‘1시간 만나면 59분 이야기한다’는 식이면 위험한 시그널이다. 게다가 ‘뉴라이트’가 정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본을 연구한 나로선 경악스러운 일이다.”


“일본처럼만 해도 출산율 1.3 이상 유지 가능”


뉴라이트 출신이 용산 대통령실에 있는 것이 그 정도로 심각한 일일까?

“육사의 홍범도 장군 동상 철거 움직임의 이면에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사를 재편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극우 보수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실과 내각에 포진해 있다. 나는 그분들을 안다. 그들은 독립운동을 깎아내리면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시작을 이승만 건국으로 두려워한다.”

그렇게 볼 여지도 있겠지만, 뉴라이트가 구한말 친일파처럼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으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 않겠나? 나름 우리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다. 실제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경제 제재가 풀리는 등의 실익도 있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 일본과의 관계가 정상화될수록 교류가 늘 수 있다. 하지만 반중·반북·친일·친미 프레임에서 우리 경제는 너무 큰 타격을 받았다. 탈중국이 아킬레스건이 된 것이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경제는 이미 밀착돼 있다.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했다고 해서 우리의 일본 수출이 확 늘어날 수 없다. 오히려 대일본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에서 빠진 수출을 미국에서 보완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제1 교역국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일견 합리적인 방향성으로도 보인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를 가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일자리 상황판’이 있다. 여기서 보면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는 총액이 133조원이다. 단 7개 기업의 투자로 미국에 2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그 투자와 일자리가 한국에 됐더라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됐겠나. 우리 제조 기업들의 ‘일자리’를 수출한 셈이다. 그 결과 우리는 일부 ‘산업 공동화’에 처하게 됐다.”

미국이 IRA 법안 등으로 압박하니까 우리 기업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IRA 법안 등은 ‘깡패 법’이나 다름없다. 왜 저항하고 협상하지 못하나? 최고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가버리면 우리의 고용, 가계의 소비까지도 수출한 것이 된다.”

2024년 이후 한국 경제가 모멘텀을 만들려면 인구 감소에 대한 솔루션이 절실하다. 하지만 위기론만 퍼져 있지 뾰족한 방책은 안 보이는 실정이다.

“개인적으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단어가 일본의 장기 침체를 만든 원흉이라고 본다. 언어가 주위로 번져 현실이 되는 것을 ‘자기 실현 현상’이라고 한다.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결국 잃어버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일본도 지금 출산율 1.3~1.4는 유지한다. 그러면 0.7인 우리나라도 일본처럼만 해도 1.3은 할 수 있지 않겠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일본이 출산율을 유지한 결정적 이유는 여성과 고령자 고용을 확대한 데 있다. 그리고 일본은 30만 명씩 해외 인력을 받았다. 유연한 비자 정책으로 해외의 고급 인력을 대거 수용한다. 우리는 한류를 가진 매력적인 국가다. 하지만 일본과 반대로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부터 받아들이고 있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 녹취 정리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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