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땐 모든 수입품 10% 관세 추가”…FTA 체결한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기존 관세에 10%의 관세를 추가하는 방식의 ‘보편적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는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밝힌 공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10%’라는 보편적 관세의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지만, 관세 10%가 최종 관세인지, 아니면 1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의미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이날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가 보편적 관세가 추가 관세가 될 거란 방침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들에게 사실상의 ‘관세 폭탄’이 예고됐다는 평이 나왔다. 기존에 부과되던 관세가 5%라고 가정할 때 10%의 보편적 관세가 일률적으로 추가되면 최종 관세가 15%로 높아진다. 이같은 관세 인상은 미국 시장에서 해당 상품이 가격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날 '10% 추가 관세' 방침을 공개한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무역 문제를 총괄했던 인물로, 대선 결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재차 무역 정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미국 정가에선 그의 발언을 사실상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향하는 무역정책을 대변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이날 한국을 비롯한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는 20여개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에도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지에 대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직 어떠한 결정도 발표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았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외교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한국 등 FTA 체결국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는 FTA 협정 자체에 대한 위반이자, 미국에서도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하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면서도 “예측 자체가 쉽지 않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이던 2018년 사실상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를 겨냥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적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지만, 당시 조치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시카고대학은 “세이프가드로 인해 1800개의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세탁기와 건조기에 대당 각각 86달러와 92달러의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는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고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했다는 연구 결과를 두고 “나는 소비와 생산이 끝이 아니라 행복한 커뮤니티가 끝이라고 생각한다”며 “(물가 상승 압박 등)이에 대한 대가는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고관세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트럼프 정부 당시 일부 중국산 제품에 적용했던 고율 관세 면제 조치를 내년 5월까지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2018~2019년 광범위한 중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자동차 부품 등 산업의 필수 분야와 코로나19 관련 품목 등 549개를 2020년까지 고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중국에 강한 압박을 가하면서도, 고관세 정책을 통해 야기되는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을 상쇄하려는 조치였다.
바이든 행정부도 물가 상승을 고려해 지금까지 중국산 고관세 예외 품목에 대한 유예 시한을 지속적으로 연장해왔다. 익명을 요청한 당국자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는 반중(反中)을 내세워야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는 경제적 측면에선 고관세가 갖는 한계를 절충한 방안”이라며 “트럼프 캠프 역시 선거를 앞두고 반중을 내세우고 있지만, 만약 실제 집권한다면 정치와 현실 경제 사이에서 최소한의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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