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할아버지' 떠난 뒤에도…아내도 빛 바랜 지폐 모아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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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기도금 1년간 모아 10만원 기탁
동굴에 놓인 기도금을 모아 5년째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는 80대 할머니가 있다.
주인공은 ‘동굴 할아버지’로 불렸던 고(故) 신도식 할아버지의 아내 이재옥(84)씨다. 충북 괴산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1일 군청 비서실에 들러 장학금 10만원을 기탁했다. 봉투에 든 돈은 1000원·5000원·1만원 등 지폐였다. 괴산군 평생학습팀 황연주 주무관은 “대부분 1000원짜리 지폐였고, 오랫동안 밖에 놓여있었는지 빛바랜 돈이 많았다”며 “이씨 집 근처 동굴을 방문한 사람들이 한 두푼 놓고 간 것을 1년 동안 모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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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도식 할아버지, 10년 넘게 동굴 파며 기부
신 할아버지가 동굴을 파게 된 건 2004년 집 근처에서 사람 머리만 한 작은 굴을 발견하면서부터다. 그는 이듬해 거대한 자연 굴을 찾아 연결 통로를 만들기 위해 틈나는 대로 굴을 파기 시작했다. 굴에서 파낸 돌무더기를 들고나오다 넘어지기도 하고 굴 천장에 머리를 부딪쳐 상처가 난 적도 있다고 한다.
신 할아버지는 이 굴을 ‘명산 영성동굴’, 굴을 파면서 발견한 약수를 ‘신비의 지장약수’로 이름 지었다. 이 동굴이 입소문을 타면서 마을 주민 등은 이곳을 찾아 약수를 먹고 소원을 빌며 그릇에 동전을 놓기 시작했다. 신 할아버지는 이렇게 모인 돈을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해마다 기탁했다. 액수는 해마다 15만~20만원 정도다. 신 할아버지가 별세한 이후에도 이씨는 남편의 유지에 따라 동전을 틈틈이 모아 10만원을 군청에 전달하고 있다.
이씨는 “생전 남편의 뜻에 따라 앞으로도 괴산군 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계속 기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괴산군민장학회 관계자는 “신도식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정성이 이웃에 귀감이 되고 있다”라며 “할머니 기대에 걸맞은 다양한 장학사업과 교육여건 개선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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