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15조원 짜리 화이트스완

김필수 2023. 12. 2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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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부동산PF 얘기다.

부동산PF가 큰 문제인 건 맞다.

현재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65조원(브릿지론 30~35조원, 본PF 130조~135조원) 가량이다.

얼마 전 만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PF 부실은 내년 초에 터지고, 곧이어 구조조정 이슈로 번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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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부동산PF 얘기다. 본지 수습채용 면접자들에게 최근 가장 큰 경제이슈를 꼽아 보라 했다. 미 연준의 금리 피벗(정책 전환)과 부동산PF가 단연 많았다. 식사차 만나는 대다수 금융계 사람들도 부동산PF 걱정 뿐이다.

부동산PF가 큰 문제인 건 맞다. 그렇다고 두려움에 떨며 침소봉대할 일은 아니다.

현재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65조원(브릿지론 30~35조원, 본PF 130조~135조원) 가량이다.

부동산PF는 브릿지론과 본PF로 나뉜다. 토지 매입 등 초기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브릿지론으로 조달하고, 이후 인허가 등이 완료되면 본PF를 일으켜 이 돈으로 브릿지론을 갚는 구조다. 브릿지론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사업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본PF에는 은행, 보험 등까지 가세해 사업이 속도를 낸다. 현재는 이 과정이 올스톱 상태다.

걱정 거리는 브릿지론이다. 사업성 검증 전에 미래가치만 보고 이뤄진 대출이어서다(※본PF는 사업승인 후 착공·분양 단계에 들어간 만큼 엎어질 가능성이 낮다. 업계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게 본PF로 넘어가지 않으면 상환은 난망해진다.

그런데 고금리·고비용 상황이 길어지면서 브릿지론이 폭탄화하고 있다. 만기가 도래해도 회수 없이 연장만 이뤄지는 상황. 이마저도 금융당국이 올 4월 ‘PF 대주단 협약’ 가동 등 지원에 나선 덕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브릿지론 30조원 가운데 최소 9조원에서 최대 15조원이 금융권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브릿지론 단계의 토지가 경매·공매로 나오면 대출금액 대비 30~50% 낮은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데 근거한 전망이다.

다들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브릿지론 상환 요청을 용인해 주는 시기에 주목한다. 대개 내년 총선 이후에 방점을 찍지만, 부풀어진 풍선이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 그 이전에 자연발화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무너지는 건설사가 나올 것이고, 연이어 대출 금융사들도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금융권이 증자나 충당금 적립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은 금융당국이 만기연장을 유도하며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일부 2금융권은 증자 등으로 발빠르게 손실흡수능력을 키우며 호응중이다. 예컨대 저축은행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비율을 2022년말 141%에서 2023년 9월말 115%로 낮췄다(증권은 37%→35%, 캐피탈은 95%→88%).

얼마 전 만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PF 부실은 내년 초에 터지고, 곧이어 구조조정 이슈로 번질 것”이라고 했다. 문제를 알고 있고, 대응책도 준비돼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부동산PF는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블랙스완'이 아니다. 다들 간과하거나 외면하는 문제도 아니어서 '회색코뿔소'나 '방 안의 코끼리' 또는 '검은코끼리'도 아니다. 남은 건 '그레이스완'(예측 가능하지만, 대응이 어려운 위험)이나 '화이트스완'(경험이 있음에도 대책에 소홀해 발생하는 위험)인데,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위험수치가 15조원으로 크긴 하다. 그렇더라도 인지하고 있고, 과거 경험치도 있으니 충분히 감내 가능한 위험이다. 불안심리를 과장해 위기를 격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얘기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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