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직이라더니...김홍일 "6개월만에 권익위원장 사퇴, 죄송"
[곽우신, 남소연 기자]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솔직히 방송통신위원장 별로 안 하고 싶으시죠?"
"…."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질의에 몇몇 의원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잠시 머뭇거린 후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27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다른 임명직 공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데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검사 출신인 김 후보자가 과연 방통위원장을 맡을 만한 전문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따져 물었다.
"마지막 공직이라더니 초단기 위원장... 허언이었나?"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김홍일 후보자에게 "지난 7월에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되고 5개월 반 만에 사임하셨다"라며 "지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후보자가 권익위원장으로서 하셨던 말씀 기억하시느냐? '이 공직을 마지막으로 생각한다. 은인자중하고 근신하면서 잘하겠다' 이렇게 말씀하셨다"라고 날을 세웠다.
"역대 가장 재임 기간이 짧은 초단기 위원장이 되셨다"라며 "국가기관장을 이렇게 깃털처럼 가볍게 여겨도 되는 것이냐? 국민 앞에서 잘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은 허언이었던 것이냐? 보수 언론에서조차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의원은 "그 자체로 무거운 국민권익위원장의 공직을 6개월 만에 내려놓은 것에 대해서 국민들께 정식으로 사과하실 생각 없으시냐?"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권익위원장이든 또 방통위원장이든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책임감 없는 단기 이직에 대해서 사과조차 하실 생각이 없으신 건가?"라고 재차 캐묻자, 김 후보자는 "빨리 그렇게 그만두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저도 아쉽게 생각하고 국민들께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 의원은 "67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너무나 생소한 분야인데 늦깎이 도전치고는 좀 무리한 도전이잖느냐"라며 "공직이 개인의 도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인사청문요청 사유서와 서면 답변을 근거 삼아 "방송·통신 분야 수사 경험 없음, 변호사 시절 변론 경험 없음, 그 외에 관련 경력도 없음, 그러니까 말하자면 문외한이신 거지?"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가 "경험은 없다"라고 답하니, 그는 "그것을 문외한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문외한인 분이 어떤 분야의 총괄 컨트롤 타워가 돼도 되는 건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보수 언론들이 사설을 통해 김홍일 후보자의 지명을 우려하며 비판한 내용을 하나하나 인용한 뒤 "이 정부의 인사가 대통령의 검찰 측근들 돌려쓰기 인사라는 이 사설 내용 인정하시느냐?"라고 질문했다. "후보자 지명함으로써 대통령은 보수 진영에서도 고립되고 있다. 그럼 지명 제안을 받았어도 겸손하게 자중하면서 사양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지적이었다.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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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형배 의원 역시 같은 취지로 날을 세웠다. 그는 "대개 후보자로 오시면 축하를 해드리고 시작을 해야 되는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라며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지금 거기 앉아 계시는 게 별로 적절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민 의원은 "후보자께서는 스스로 전문성이 있다고 보시느냐?"라며 "교육 사건 수사한 검사가 교육 전문가라고 하고, 금융 사건 수사한 검사는 금융 전문가라고 해서 금융감독원장으로 보내고 막 이렇게 하길래, 혹시 후보자도 검사 시절에 방송통신 관련한 사건을 다룬 적이 있는지, 그런 전문성이라도 있는지 보려고 살펴봤는데 없으시지 않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러면 지금 거기 앉아 계시는 게 적절치 않은 것이다. 법에 위반되는 거잖느냐"라며 "이 앞전에 있던 모든 분들은 다 어떤 식으로든 전문성을 충족시키고 있었는데 후보자는 지금 그게 없는 거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앉아 계시면 안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제2의 이동관이 되기로 작정을 하신 건가?"라며 "이동관 전임 위원장이 물러나면서 그랬잖느냐. '내가 나가도 제2의 제3의 이동관이 나올 거다' 지금 그렇게 오신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이같은 질의가 "적반하장"이라고 맞섰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은 위원장 및 위원으로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에 15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사람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라며 "법령상 전혀 결격사유가 없는 후보자를 야당 측이 무분별하게 전문성을 거론하면서 위원장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야당의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금 인사청문회를 왜 하게 되었느냐?"라며 "멀쩡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을 지금 야당과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들이 득달같이 공격하고 쫓아내려 했기 때문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방송통신 행정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이동관 전 위원장이 부득이하게 사퇴하게 된 것"이라며 "입법부가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을 이렇게 과도하게 부정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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