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기도 끈 러 '유령선', 北 나진항 드나들어…무기거래 정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이달 초까지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무기 거래를 이어온 정황이 포착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나진항 위성사진에는 10월부터 12월까지 러시아 선박이 꾸준히 항구에 드나들며 수백개의 선적컨테이너가 옮겨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9일에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컨테이너선 앙가라호가 나진항에서 화물을 내리는 모습이 위성 사진에 잡히기도 했다. 항구 주변에는 러시아로 보낼 컨테이너가 여러 개 쌓여있었다.

오스트리아 민간연구기관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ONN)의 신재우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위성 사진을 보면 지난 몇 달간 미국의 추가 제재와 북한의 군수품 제공 의혹에 대한 광범위한 보도에도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의 두나이항을 오가는 배들의 이동이 줄지 않고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화물의 성격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배들의 이동 횟수와 이송된 컨테이너 수를 볼 때 무기 또는 기타 군수품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위성 사진에 포착된 러시아의 선적들은 대부분 해상 응답기를 끈 채 해상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유령선'으로 운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의 러시아 군수품 제공 의혹이 제기된 10월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월부터 러시아에 총 10차례 무기 수송을 해왔으며, 여기에는 100만발 이상의 포탄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두 달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 이후에도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속도는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무기 전문가 주스트 올리먼스는 블룸버그에 "현재까지 거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지 못했다"며 "속도로 추정해봤을 때 11월 이후 50만발 이상의 포탄이 추가로 거래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북러 무기 거래 정황에 대한 보고서를 냈던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도 그 이후로 무기 거래가 줄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RUSI 연구원 조지프 바이런은 "이 선박들의 배달이 계속되고 있다"며 "러시아에서 싣고 간 상자들을 나진항에 내려둔 뒤 북한에서 열차를 이용해 가져온 컨테이너들을 싣고 러시아의 군사 시설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또 북한과 러시아의 지속적인 무기 거래가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에 더욱 힘든 상황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무기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미국의 지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리먼스는 "(북러 무기 거래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장의 상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어떤 전략의 큰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더 오랫동안 높은 강도의 압박을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