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베들레헴 천사에게는 날개가 있었는가?
최광희 목사
행복한교회 목사·신학박사·17개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 사무총장
우리 기독교는 성경에서 출발했고 성경을 따르는 성경 기독교이다. 그런데 교회 안에는 잘라내고 몰아내어도 끊임없이 비성경적 요소가 침투하여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 2023년 성탄절을 보내면서 우리는 또 한 가지 비성경적 요소를 몰아내도록 하자.
찬송가 112장 2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뭇 천사 날개 펴고서 이 땅에 내려와.” 하지만 이 표현은 전혀 성경적이지 않다. 누가복음 2장은 “주의 사자가 곁에 서고(ἐφίστημι)”라고 했지 천사가 하늘에서 날고 있거나 날아왔다는 말이 없다. 또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했다는 말에서 천군(하늘의 군대)이 공중에서 날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역시 성경적이지 않다.
성경에서 하늘의 군대(하나님의 군대)가 사람에게 나타났을 때 그들은 공중에서 날고 있지 않았다. 창세기 32장에서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가나안으로 돌아오던 중 하나님의 군대를 만났다. 야곱은 하나님의 군대를 만난 그 장소를 ‘두 진영’(마하나임)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군대가 두 그룹이었거나 혹은 하나님의 군대와 야곱의 군대 둘을 의미할 수 있다. 하여간 야곱이 만난 하나님의 군대는 하늘을 날고 있지 않았다.
열왕기하 6장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군대 역시 하늘을 날고 있지 않았다. 엘리사의 사환이 도단성을 포위한 아람 군대를 보고 두려워하자 엘리사는 사환의 눈을 열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여호와께서 그 청년의 눈을 열어 주셨는데 보니 불말과 불병거가 산에 가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불말과 불병거가 산에 가득했지 하늘에 가득한 것이 아니다. 즉 하나님의 군대는 하늘에 날고 있지 않았다.
야곱이 만난 하나님의 군대, 엘리사와 그 사환이 본 하나님의 군대와 비교하여 생각하면 베들레헴 들판에 등장하여 하나님을 찬양한 천군과 천사도 하늘에 날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목동 주변을 둘러 서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찬양 후에 천사들은 하늘로 올라갔다는데 이는 의역(意譯)일 뿐 직역(直譯)하면 하늘을 향하여(εἰς) 갔다는 뜻이다. 천사가 하늘로 돌아갈 때 날개로 날아서 간다면 그들이 갈 수 있는 한계는 기껏해야 대기권 내부일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베들레헴 목동의 그림을 검색하면 천사들이 날개를 달고 공중 혹은 옆에 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성경 그림에 등장하는 천사는 왜 새처럼 두 날개를 달고 있는가. 천사에게 날개가 있다는 생각의 기원을 성경에서 찾자면 이사야 6장을 생각할 수 있다. 이사야의 환상에 등장하는 스랍들은 여섯 날개가 있었는데 둘로는 자기 얼굴을 가리고 둘로는 자기 발을 가리고 둘로는 날고 있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사람들은 천사들은 모두 날개가 달렸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스랍들은 하나님의 보좌에서 하나님을 모시는 자들이지 사람에게 소식을 전하러 오는 사자(使者)가 아니다. 사자(使者)를 뜻하는 ἄγγελος는 영어에서 angel이 되었는데 이들은 하나님 보좌에서 섬기는 자들이 아니라 사람에게 하나님의 소식을 전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언제나 성인 남성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광야에서 하갈을 만나 준 사자, 야곱이 꿈에 사닥다리를 오르내리던 사자, 발람을 막아선 사자, 여호수아 앞에 등장한 하나님의 군대 장관, 사사기에 여러 번 등장하는 사자, 신약에서 사갸랴 제사장과 마리아 및 요셉에게 찾아온 사자, 그리고 베들레헴 목동들에게 찾아온 사자까지 그 어느 사자도 두 날개를 달고 하늘에 날아다니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날개가 없었으며 성인 남성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러므로 천사를 날개 단 모습으로 그리거나, 여성이나 아기 모습으로 그리는 것은 모두 비성경적이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천사가 날개 달린 존재라고 오해하고 있을까. 천사를 날개 달린 존재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그리스-로마 신화로부터 교회로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청춘의 여신 헤베, 잠을 부르는 힙노스에서 날개가 등장하다가 승리의 화신인 니케, 활과 화살로 무장한 사랑의 여신 에로스는 항상 날개를 달고 등장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소위 성화(聖畫)에서 보는 날개 달린 천사의 모습은 성경적인 하나님의 사자 모습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니케 혹은 에로스의 모습인 것이다.
예전에 찬송가에서 “동방박사 세 사람”이라는 가사가 있었는데 잘못된 표현인 것을 깨달고 오늘날에는 “동방에서 박사들”로 수정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실수를 발견하면 고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제 “뭇 천사 날개 펴고서 이 땅에 내려와”를 수정할 차례이다. 올해 성탄절에는 그렇게 찬송했으나 내년 성탄절에는 “뭇 천사 천군과 함께 이 땅에 내려와”로 고쳐 부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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