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외국인 총수’ 기준 마련…쿠팡 김범석 동일인 요건서 제외될 듯
사익편취 우려 없으면 자연인 동일인 제외
공정위, 동일인 판단 합리성 예측 가능성 제고
국내에서 기업을 운영 중이나 사익편취 등의 우려가 없다면 외국인 경영자라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2월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예외요건을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 공식 직위가 ‘회장’이 아닌 ‘부회장’이거나 지분이 가장 많은 주주가 아니더라도 기업집단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내용의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학인 절차에 관한 지침’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일인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본격화, 외국 국적을 보유한 동일인 및 친족 등장 등으로 동일인 관련 경제 환경 변화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쿠팡은 공정위에서 ‘총수없는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돼 있다. 쿠팡 최대 주주이자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으나 미국 국적자로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이 있어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관계부처와 협의,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통해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동일인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 마련에 나섰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경제 글로벌화 심화로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이 한국에 설립되는 사례가 증가해서 외국인 동일인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예외요건 미충족 시에는 설령 외국인이더라도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해 동일인 제도 합리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했다”며 “쿠팡의 경우 새로 확인해야 될 여러 사실관계가 있어 현재로서는 동일인이 누구로 지정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동일인 판단 일반원칙으로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보고, 이러한 자연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단체를 동일인으로 보도록 했다.
시행령에서는 일반원칙 예외로서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 관계 등이 단절돼 있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세부적으로는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가 동일한 기업집단의 경우로서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고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해당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어야 한다.
한 위원장은 동일인 제도에 대해 “경제력 집중 억제와 관련해서 관련 시책이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사익편취 규제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라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든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든 대기업집단 억제 시책의 효과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 제도가 도입된 1986년부터 명시적 판단기준 없이 동일인 제도가 운용됐다. 그러나 2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증가하고 다양한 지배구조 기업집단이 출현하면서 기준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지침 시행으로 동일인 판단 기준은 ▲최상단회사 최다출자자 ▲기업집단 최고직위자 ▲기업집단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를 동일인 판단기준으로 규정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5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런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인을 지정한다. 기준에 부합하는 자연인이 없으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또 동일인 사망, 지분 매각, 주요 직위에서 사임 등에 따라 동일인 변경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원칙적으로 사유발생 이후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동일인 확인 절차도 명문화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측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기업집단 지정 전 동일인을 잠정적으로 확인·통지하며 이에 대한 기업집단 측의 이의제기 절차도 마련했다.
한 위원장은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예외기준을 기업집단 규제목적에 비춰 합리적 수준으로 설정하고, 동일인 잠정 확인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도 신설함으로써 기업집단 절차적 권리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법제처 심사 등 관련 입법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시행령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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