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외국인도 동일인 지정 가능"…김범석 쿠팡 의장 '총수' 될까

내년 1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시행

공정거래위원회가 내외국인을 아우르는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마련했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어 동일인 지정을 피해온 김범석 쿠팡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공정위는 새롭게 마련된 예외 기준에 따라 확인해야 할 사실관계들이 적지 않아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인지는 확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7일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 등을 정한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 제도가 도입된 1986년부터 사용돼 왔다. 기업 총수 등을 지정해 규제 대상과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해서는 동일인 지정을 위한 뚜렷한 기준이 없어, 외국 국적을 보유한 동일인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동일인 판단기준으로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기업집단을 대표하여 활동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다섯 가지를 규정했다. 공정위는 해당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이를 충족하는 경우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다만 예외 조건도 새롭게 마련했다.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간 출자·경영·자금거래 관계가 단절돼 있는 경우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의 주요 지표로는 ‘임원으로 재직’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올해 2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하며 고속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발행주식을 단 한 주라도 보유하고 있으면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또 출자 관계뿐 아니라 채무보증과 자금 대자 등은 사익편취와 관련이 있어서 예외적인 요건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영 참여·출자·자금거래 단절 요건은 세 가지 모두 충족될 경우에만 예외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쿠팡의 최대주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동일인 판단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재 공정위는 쿠팡에 대해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고 있다. 창업자인 김 의장은 최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김 의장은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동일인 지정을 피해왔다. 한 위원장은 “(새롭게 마련된) 예외 조건에 따라 새롭게 확인해야 할 사실관계들이 여러 개가 있어 쿠팡의 경우 동일인이 (김 의장으로) 지정될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