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포 넣고 '폭풍 오열'…맨유 FW "가장 행복한 사람"→애스턴 빌라 맞대결 3-2 대역전승

김현기 기자 2023. 12.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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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월드컵 결승골이라도 넣은 분위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입단 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0골에 속이 타들어가던 덴마크 공격수 라스무스 회이룬이 소속팀의 절망적인 순간에 역전 결승포를 뽑아내며 포효했다.

그는 득점 뒤 오열했다. 이어 "지금 만큼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멘트를 남겼다.

맨유는 27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홈 맞대결서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전반에만 2실점을 내주고 끌려간 맨유는 후반전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멀티골과 회이룬의 역전 결승포에 힘입어 승부를 뒤집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맨유는 10승1무8패, 승점 31로 6위에 올랐다. 반면 2-0으로 앞서다가 뒤집기로 경기를 내준 애스턴 빌라는 만약 이날 이겼다면 선두 리버풀과 승점 동률을 이룰 수 있었으나 12승3무4패를 기록하면서 승점 39로 3위를 유지했다.

맨유는 이날 전반전까지만 해도 최악의 상황이었다.

최근 리그 5경기 1승1무3패라는 극도의 부진에 빠졌는데 애스턴 빌라전에서도 홈에서 0-2로 질질 끌려갔기 때문이다. 에릭 턴하흐 맨유 감독의 경질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불거졌다.

그런 대위기 속에서 입단 뒤 무득점에 그쳤던 공격수가 결승포를 폭발하고 울었다.

맨유엔 악몽과도 같은 전반전이었다. 전반 26분 만에 2골을 내줘 끌려갔다. 포문은 맨유가 먼저 열었다. 전반 10분 왼쪽 측면에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패스를 받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과감하게 슈팅으로 이어갔다.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지만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14분에는 가르나초가 빠르게 돌파한 뒤 에릭센에게 내줬다. 에릭센을 지나친 공은 마커스 래시퍼드에게 흘렀고, 래시퍼드의 패스를 받은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절묘한 로빙패스를 시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월드컵 최우수골키퍼 출신인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에게 차단됐다.

결국 전반 21분 빌라의 선제골이 터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존 맥긴이 키커로 나섰다. 왼발로 크게 감아찼고, 공은 터치 없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맨유 선수들 그 누구도 맥긴의 킥를 제어하지 못했고, 맨유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도 그저 주저앉아 골이 들어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어 빌라의 추가골이 나왔다. 이번에도 세트피스였다. 전반 26분 맥긴이 올려준 코너킥을 공격 가담한 수비수 클레망 랑글레가 머리로 돌려놨고, 수비 틈 사이에 서있던 레안데르 덴동커가 감각적인 오른발 뒷발차기로 밀어넣어 2-0으로 점수를 벌렸다.

맨유는 후반 초반에도 불운했다. 역습 상황에서 래시퍼드의 패스를 받은 가르나초가 마르티네스까지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래시퍼드가 패스할 때 가르나초 위치가 아주 살짝 오프사이드였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득점이 취소됐다.

그러나 재빨리 전열을 정비한 맨유는 가르나초가 끝내 골맛을 보면서 대반전 드라마의 서막을 열었다. 후반 13분 브루누의 침투 패스를 받은 래시퍼드가 낮고 빠르게 반대편으로 연결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박스 안으로 침투하던 가르나초가 골키퍼가 나오는 움직임을 보고 반대편으로 침착하게 오른발로 밀어 차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골로 맨유는 지난 5월 제이든 산초 이후 7개월 간 이어져 온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 공격진 무득점 징크스를 깨뜨렸다.

가르나초는 후반 25분 멀티골 주인공이 됐다. 가르나초의 패스를 받은 브루누가 오른쪽 측면에서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크로스가 수비 발에 걸려 가르나초 발 앞에 흘렀고, 가르나초는 왼발로 골문 구석을 향해 슈팅했다. 마르티네스 골키퍼가 방향을 완벽하게 읽었지만 슈팅이 수비 몸에 맞고 굴절돼 방향이 바뀌면서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맨유는 역전까지 성공했다.

회이룬이 주인공이었다. 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브루누의 킥이 맥긴 몸에 맞고 흘렀고, 바로 앞에 있던 회이룬이 엉겁결에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회이룬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 터진 순간이었다.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첫 골을 역전 결승골로 만든 회이룬은 코너 플래그 쪽으로 달려가 포효하며 동료들과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회이룬은 후반 43분 교체아웃될 땐 눈물까지 흘리면서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올드트래퍼드의 8만 관중도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추가시간 11분이 주어졌지만 회이룬의 결승포는 지켜졌다.

가르나초의 멀티골도 훌륭했지만 회이룬을 위한 날이었다. 지난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 아탈란타에서 맨유로 옵션 포함 8500만 유로라는 거액(1200억원)에 이적한 회이룬은 '덴마크 홀란'이라는 별명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좀처럼 골을 넣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6경기 5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를 달리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맨유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15번째 경기에서 답답했던 득점포를 가동, 자신과 맨유의 반등 시나리오를 열어젖혔다.

회이룬도 애스턴 빌라전 직후엔 자신 있게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오늘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며 "난 사람들이 날 축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우린 끝까지 믿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몇 번 득점한 적은 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처음이다. 골을 넣어서 기쁘고 이게 기회가 돼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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