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 CIA의 中인적정보망 붕괴…24명 수감·처형돼 정보수집 어려워"
10여년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위해 일하던 중국 내 정보원들이 무더기로 체포된 뒤, 미국이 중국 내 인적 정보망을 다시 세우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IA는 2010∼2012년 중국 내 인적 정보망을 잃었다.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당시 미국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는 중국 내 정보원 24명이 수감됐거나 사형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에 정통한 전직 관료들은 WSJ에 "대규모 검거 사태 전까지, CIA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 부처 내부에 고위 관료 수십 명을 포섭해 요원으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반부패 정책에…CIA, 정보원 포섭 난항
당시 CIA는 공산당과 고위 관료 사이 만연했던 부정부패에 착안해 중국 고위 공무원 수십 명을 포섭했다. 이들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면서 고급 정보를 받았다.
그러나 2012년 말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뒤 "호랑이와 파리(크고 작은 부패분자)를 때려잡겠다"며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을 벌였고 '반역자'들은 처단됐다. 그러면서 CIA의 정보 네트워크도 함께 붕괴했다.
WSJ에 따르면 CIA와 중국 정보 요원 간 비밀통신의 결함이 정보 유출의 원인으로 의심받았지만, 구체적인 원인과 책임 소재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또 다른 전직 관리는 미국 CIA가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었는지 시 주석이 알게 돼 충격받은 뒤 국가 안보와 충성심을 강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일했던 대니 러셀 전 미 국무부 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WSJ에 "시 주석이 이렇게 안보에 집착하는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경계심을 높이면서 CIA의 정보원 포섭도 난항을 겪게 됐다. 당시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중국에선 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최고조로 올라갔다고 전직 미국 경찰관이 WSJ에 전했다. 그는 "왜 미국인 전화를 받겠나, 중국인들 뒤통수에 총알이 박힌 줄 알면서"라고 전했다.
여전히 중국 1순위, CIA 예산 2배 확충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CIA는 중국 내 인적 정보망을 재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WSJ은 전·현직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한 전직 고위 정보 관료는 "우리는 중국 지도부의 계획과 의도에 대한 실질적인 통찰력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만 문제 등 핵심 안보 이슈에 대한 시 주석과 핵심 실세들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전·현직 관료들의 설명이다.
마이크 터너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WSJ에 "안타깝게도 중국의 목표와 목적이 너무 방대해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중국을 겨냥한 인적 정보망 강화는 CIA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여전히 CIA의 임무 목록에서 최우선 순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번스 국장은 WSJ에 "우리는 중국을 글로벌 우선순위로 놓고 접근하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중국 임무에 할당한 예산을 2배 이상으로 늘리고, 중국 임무센터를 CIA의 유일한 단일 국가 임무센터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IA에 중국어 사용자가 추가로 필요하고, 미·중 경쟁의 핵심인 정보기술(IT)에 정통한 이들도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문은 시진핑의 독재적인 리더십과 불안정한 중국 경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미국 정보 당국이 중국 정보원을 포섭하는데도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 정보 관료는 WSJ에 "어려운 목표이지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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