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태영건설 워크아웃설…“다양한 방안 검토 중”
자금난에 빠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신청 가능성이 또다시 제기됐다. 이르면 이번 주중에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태영건설은 도급순위 16위의 중견 건설업체로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하지만 태영건설 관계자는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자구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며 워크아웃설을 부인했다. 태영건설은 이날 오전 공시를 통해 “당사는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기 내용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반응은 이달 중순 나온 워크아웃설을 강력히 부인했던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당시 태영건설 측은 “(워크아웃설) 유포자를 찾아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워크아웃설을 일축한 바 있다.
이렇듯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거론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하향 검토’로 낮췄다. 무보증사채 등급은 A-를 유지했다. 한신평은 등급 전망을 낮춘 이유로 과중한 PF 우발채무 부담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조4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 수준이다. 또 태영건설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78.7%에 달한다.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
이런 가운데 태영건설은 오는 28일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 관련 480억원 규모의 대출 등의 만기를 맞는다. 내년 초까지 PF 대출 만기를 줄줄이 앞두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그룹 내 물류회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해 이달 중 자금이 확보되며, 화력발전소 포천파워의 지분 15.6%를 420억원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자구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부채 규모가 커 워크아웃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지난 10월 일몰됐다가 국회와 국무회의 통과를 거쳐 이날 시행됐다. 기촉법에 근거하는 워크아웃은 대출 만기 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유도하는 제도로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하면 개시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건설 업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하도급 업체의 줄도산 등 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태영건설의 주가는 전일(2990원)보다 19.57%(585원) 하락한 2405원으로 마감했다.
◆14조 규모 PF 사업 조정안 의결=한편 국토교통부는 정부와 공공기관, 협회, 학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 조정위원회’를 열고 고양시 K-컬처밸리 사업 등 7건, 14조원 규모의 PF 사업 조정안을 의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PF 조정위원회가 열린 건 10년 만이다.
K-컬처밸리(3조2000억원 규모) 사업에 대해선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경기도에 민간 사업자 비용 절감과 유동성 확보 방안 지원, 완공 기한 연장, 지체상금 감면 등을 권고했다. 마곡 명소화(6000억원) 사업은 업무·상업시설 10년 의무 임대기간을 줄여 공사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민간 사업자는 임대료 인하, 공공시설 면적 확대 등 공공기여 방안을 실행하도록 했다.
이밖에 ▶인천검암 플라시아 복합환승센터(1조5000억원) ▶김포 한강시네폴리스 일반산단(1조3000억원) ▶고양관광문화단지 숙박시설(7000억원) ▶덕산 일반산단(1000억원) 등 사업에도 각각 조정안이 제시됐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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