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인성파탄 잡지말라”…커지는 ‘이준석 손절론’

최은희 2023. 12. 27. 11: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27일 탈당 기자회견
與 장예찬 “수틀리면 또 ‘이XX’ 할 사람 잡지말자”
천아용인 모두 불참…홀로 탈당·창당 계획 밝힐 듯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예고한 탈당의 날이 밝았다. 여권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과제로 떠오른 이 전 대표와의 ‘관계 재설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잦은 논란에 휩싸인 특정인의 거취 문제보다는 정치 개혁과 당 쇄신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26일 오전 KBS ‘특집1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당내 화합을 고려해 이 전 대표를 끌어안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일례로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의 신경전을 들었다. 장 최고위원은 “식당에서 옆자리에 소리를 지른다든가, 생방송 중에 아버지뻘 정치인에게 비속어를 쓴다든가 하는 인성파탄적 면모를 보여준 특정 정치인을 붙잡고 말고를 가지고 청년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잘못된 계산”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달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식사를 하다 고성을 주고받은 바 있다. 당시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인요한 위원장에게 거리를 두며 영어를 썼던 점 등을 비판했다. 안 의원의 발언은 방음이 안 되는 벽을 통해 옆방에 있던 이 전 대표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 “안철수씨, 식사 좀 합시다”라며 여러 차례 고함을 쳤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일 유튜브 생방송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다 “이 XX가”라고 욕설을 해 안 의원에게 공식 사과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사진=임형택 기자

장예찬 최고위원은 “기본적으로 정치라는 게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는 지켜가면서 해야 되는 것”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치인이 이준석 전 대표를 편하게 만나겠나. 수틀리면 또 방송 나와서 나이와 상관없이 ‘이 XX가’ 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언행으로 인해서 이미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지 오래”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주어진 우선 과제는 국민 공감을 살 수 있는 정치 개혁, 혁신 어젠다를 던지는 것이지 특정 인물 거취 문제가 주요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인성 논란’은 정계 입문 시점부터 이 전 대표를 따라다녔다. 직설적이고 수위 높은 화법을 구사하면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려왔다. 일부는 ‘잘 싸운다’, ‘시원하다’며 지지하는 반면 무례하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갈라치기 정치’, ‘싸가지가 없다’, ‘내부 총질한다’는 꼬리표도 따라붙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내 인사들과 여러 번 설전을 벌이며 논란을 빚어왔던 이 전 대표와의 관계 재정립이 국민의힘 총선 승리에 얼마나 유익할지 의문”이라며 ‘이준석 포용론’에 고개를 저었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전 대표에게 손 내밀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으로 이미 선거에 필요한 개혁 이미지 확장성을 확보했다는 인식에서다. 당초 이 전 대표 탈당 문제는 ‘중도층·수도권·청년’ 표심 견인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총선과 맞닿아있었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등 인적 쇄신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명분이 옅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측근인 ‘천아용인’ 네 사람이 지난 11월 11일 서울 동대문구 허은아 의원 지역 사무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경기도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 전 대표, 허 의원. 사진 김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핵심 측근의 이탈도 이 전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3·8 전당대회에서 ‘천아용인’ 멤버 중 하나인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잔류를 선언한 상태다. 비례대표인 허은아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고, 천하람 전남 순천 갑 당협위원장은 당협위원장을 놓치게 된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26일 B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탈당할 수밖에 없도록 당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너무 많이 했다”라며 “탈당할 경우 우리에게 유리할 일은 하나도 없지만 불리한 상황도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당에 잔류할 명분을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윤 대변인은 “그렇게 되려면 이 전 대표에게 굉장히 파격적인 제안을 해야 된다. 당 대표에 준하는 권한을 주거나 일정 부분 공천 권한을 줘야 하는데, 지금 당 상황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를 만나도 내용이 잘 풀리지 않으면 ‘한동훈 비대위원장 시작부터 삐걱’ 이런 기사들이 줄을 잇지 않겠나”라며 “한 전 장관이 특정인을 언급하면서 가게 되면 모든 뉴스가 거기 끌려갈(텐데 그렇게 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이 전 대표 간 회동 가능성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한동훈발 회군 여지’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22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한 전 장관이) 제안할 게 없을 것”이라며 “소위 당정일체를 가장한 대통령이 모든 걸 주도하고 대통령이 아주 잘못된 방향으로 당과 국가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느 것도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이준석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26일 “우리 당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이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이 모일수록 강해진다. 따라서 저는 앞으로 취임하게 되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을 진영과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단계에서 어떤 특정한 분들을 전제로 해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을 아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