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과거완 다르다” 진단…변수는 ‘공공의대법’

김은빈 2023. 12. 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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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효상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의사 파업으로 무산된 지난 2020년과 달리 여야 합의로 입법화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다만 당시 파업의 도화선이 됐던 공공의대법·지역의사제법이 다시 화두에 오르며 또다시 증원이 좌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연구보고서 “정치환경 달라졌다…입법화 가능성 있어”

국회미래연구원이 26일 발간한 ‘의대 정원 문제와 입법 정치’ 보고서는 “현재 의대 정원 증원 논의는 2020년에 추진됐던 의대 증원 정책 사례와 비교할 때 정치 환경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간 4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전공의 집단 휴진,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무기한 파업, 2차례에 걸친 전국 의사 총파업 등을 전개하며 격렬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과 지금은 정치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다른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열렸다. 2020년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다수 의석을 점유한 상황에서 야당이 의사단체와 연계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현재는 야당인 민주당도 각론의 차이는 있으나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방향에 찬성하고 있어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이익집단인 대한의사협회의 파급력과 응집력이 전과 같지 않다. 2020년엔 의사협회와 전공의 단체가 공조해 강력히 반발했고,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해 의대 교수들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현재는 비인기 분야 전공의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대와 대형병원 등은 증원에 찬성하는 등 의사집단의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연구를 진행한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거버넌스그룹장)은 “입법 정치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의대 정원 증원 논의는 여야 타협을 통해 입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요한 민생 의제인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논의를 전개해 양극화된 정치권의 갈등 관리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10년 의무복무’ 공공의대·지역의사제…파업 명분 되나

그러나 과거 파업의 단초가 됐던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가 다시 부상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20일 공공의대 설립법과 지역의사제법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키면서 의료계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두 법안은 지난 2020년 전공의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법안에는 시민단체가 의대 신입생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공정’에 민감한 청년층인 의대생, 전공의들의 반감을 샀다. 

이번 국회를 통과한 두 법안 역시 강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법은 필수·지역의료 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대학을 설치하고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는 공공보건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해야 한다. 지역의사제 역시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합격한 의대생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한 의료기관·시설에서 10년간 근무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사들은 ‘10년 의무복무’ 조항에 대해 헌법상 직업 선택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공공의대를 신설하기 위해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데다 강의실·교수진 마련 등 안정적 교육 환경을 구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향후 배출될 의사들에게 해당되는 문제인 만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대전협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공정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과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이미 실패한 의학전문대학원의 형태를 강행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저의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적절한 부대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채 의무복무만 강제한다면 양질의 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의무만 지우고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공공의료의 질이 더욱 저하될 것은 자명하다”고 꼬집었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도 쿠키뉴스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도 10~15년 뒤 문제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선배 의사들이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다. 그러나 의대생, 전공의들에겐 ‘공정’ 이슈인 만큼 중요한 의제”라며 “특히 10년 의무복무는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안건”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의사 파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에도 나오듯, 그간 의협은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투쟁위원장에서 물러나는 등 내홍을 겪은 데다 국민 여론도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있어 파업 동력이 약해졌다. 이번 계기로 의료계가 지난 2020년처럼 다시 결집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이사는 “두 법안이 통과된다면 파업 명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현장(의료계)과 논의하지 않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가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파업 말고 다른 방법이 없으면 파업 관련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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