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었던 이별 운명, 2023시즌 감독 잔혹사
[곽성호 기자]
▲ 2023시즌 개막 전 미디어 데이에 참석했던 K리그 1 사령탑들 |
ⓒ 한국프로축구연맹 |
계속된 부진 속 이별을 택했던 수원-전북-강원
2023시즌 K리그 1과 2를 통틀어 가장 먼저 감독 교체라는 결단을 내린 팀은 바로 수원 삼성이었다. 지난 2022년 4월 18일, 6대 박건하 감독의 뒤를 이어 수원 사령탑을 잡았던 이병근 감독은 구단 역사상 첫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하며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으나 2023시즌 개막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시즌 첫 번째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작성했다. 개막 후 리그 7경기를 치르며 2무 5패를 기록한 수원 삼성은 이병근 감독과의 이별 이후 최성용 수석 코치에 대행 자리를 임명하며 정식 감독 선임 전까지 팀의 지휘를 맡겼다.
최성용 대행 체제 이후 수원은 강원 FC에서 파격적인 전술 축구로 재미를 봤던 김병수 감독을 선임하며 분위기 반전을 꿈꿨다. 하지만 부임 이후 리그 10경기에서 1승 4무 5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흔들렸고 후반기 시작 이후에도 리그 6경기에서 1승 1무 4패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자 수원은 김 감독을 전격 경질하는 결론을 짓게 됐다. 사령탑과 시즌 두 번째 이별을 감행했던 수원은 후임으로 살아있는 전설 염기훈 플레잉 코치를 감독 대행 자리로 선임하며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국 이 승부수는 실패로 귀결되며 뼈아픈 강등이라는 운명을 받아야만 했다.
K리그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전북 현대도 시즌 중 사령탑 교체라는 오명을 피하지는 못했다. 지난 2021년 구단 역사상 첫 더블 성과를 이룩한 조세 모라이스(포르투갈) 감독과 이별을 택했던 전북은 선수-코치로 화려한 업적을 쌓은 김상식 수석 코치를 감독으로 임명하며 변화를 맞이했다. 이후 감독 데뷔 첫해 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이듬해 리그 2위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4강 진출, FA 컵 우승을 기록했으나 답답한 경기력과 김 감독의 미숙한 팀 운영은 팬들의 진한 아쉬움을 샀다.
2023시즌 개막 전 김 감독과 재계약을 택하며 다시 신뢰를 보냈으나 그 신뢰는 시즌 시작 이후 리그 10경기 만에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입증했다. 개막 이후 전북은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으며 팬들은 응원 보이콧과 버스를 막으며 김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리그 10경기에서 3승 1무 6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둔 김상식 감독은 리그 11라운드 FC 서울과의 원정 경기 직전, 자진 사임하며 전북 감독직에서 내려오는 결말을 맞았다. 수원과 전북에 이어 강원 역시 시즌 중반 사령탑과 이별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지난 2021시즌 김병수 감독의 뒤를 이어 강원 사령탑으로 부임했던 최용수 감독은 강등 플레이오프에서 대전 하나 시티즌을 극적으로 제압, K리그 1 잔류에 성공하며 강원의 부흥 시대를 다시 이끌었다. 기대를 모았던 2022시즌 김대원(김천), 양현준(셀틱)을 중심으로 한 역습 축구로 재미를 보며 리그 6위에 안착하며 재차 지도력을 입증했던 최용수 감독은 시즌 종료 후 강원과 동행을 택하며 2023시즌을 준비했다. 더 큰 성과를 이룩하기 위해 맞이했던 2023시즌 강원과 최 감독의 동행은 시즌 중반 막을 내리게 됐다.
리그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2승 4무 4패를 기록하며 최악의 출발을 알렸고 11라운드부터 18라운드까지 2무 6패를 기록한 강원은 결국 최용수 감독에게 경질 통보를 알리며 이별을 알렸다.
불명예 퇴장과 자진 사임을 택했던 안산-서울-제주
강원 최용수 감독 경질 소식 이후 K리그 2에서는 불명예스러운 소식으로 감독 이별을 맞은 구단이 있었다. 바로 안산 그리너스다. 시즌 내내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던 안산은 전반기 리그 15경기에서 2승 4무 9패를 기록하며 13개 팀 중 12위에 그쳤다. 부진했던 성적 속 안산을 지휘하던 임종헌 감독은 지난 6월 19일, 사무실과 개인 주거지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압수수색 사유는 임 감독이 태국 네이비 FC를 이끌던 2018∼2019년 에이전트 A씨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고 선수 2명을 선발해 준 혐의(배임수재)다.
안산은 즉시 임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으며 전남 드래곤즈 수석 코치인 임관식 감독을 선임하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불명예 퇴진 이후 2달이 지난 8월 22일, 막바지 시즌 4위를 기록하며 4년 만에 파이널 A 진출을 노리고 있던 FC 서울 사령탑 안익수 감독이 자진 사임을 선언하며 큰 충격을 줬다. 지난 2021시즌 박진섭 감독(부산)의 뒤를 이어 서울의 소방수로 부임한 안익수 감독은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 축구 전술의 흐름과 맞는 축구를 선보이며 큰 호평을 이끌었었다.
2021시즌 극적 잔류에 성공했던 안 감독의 서울은 이듬해 리그 9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흔들렸고 FA 컵에서도 전북에 밀리며 타이틀 획득에 실패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 종료 직후 안 감독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졌으나 감독 교체로 많은 골머리를 앓았던 서울은 안 감독에 대해서 다시 신뢰를 보내며 2023시즌을 준비했다. 시즌 개막 이후 안 감독은 구단에 보낸 신뢰에 응답하듯 결과를 내보였다. 리그 개막 후 리그 12경기에서 7승 2무3패의 호성적을 기록한 서울은 상승세를 기록하며 한때 리그 2위에 안착하며 많은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시즌 중반이 흐를수록 서울은 급격한 부진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리그 13라운드 울산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한 것을 시작, 이어진 리그 10경기에서 3승 5무 2패의 기록하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리그 2위 자리를 포항에 3위 자리는 전북에 헌납하며 무너졌다. 결국 부진이 깊어지자 안 감독은 리그 27라운드 대구 FC와의 경기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하게 되자 기자 회견장에서 기습적으로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히며 사령탑 자리에서 내려왔다. 서울 안익수 감독 사임 이후 계속된 부진을 기록하며 강등권에 안착해 있던 제주 역시 감독과 이별을 택했다.
지난 2020년부터 팀을 지휘하던 남기일 감독의 제주는 부임 이후 자동 승격과 리그 4위(2021), 5위(2022)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2023시즌 추락을 거듭했다. 시즌 초반 리그 5경기에서 2무 3패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제주는 이후 리그 5연승을 기록하며 2위 자리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리그 8경기 연속 무승을 시작으로 후반기 시작 이후 리그 6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친 제주는 31라운드 서울전까지 패배를 기록하자 남기일 감독은 부진한 성적에 통감하며 자진으로 사령탑 자리에서 내려왔다. 남 감독 사임 이후 제주는 정조국 수석 코치를 대행 자릴 임명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쉬운 성적 속 책임을 져야만 하는 감독의 자리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2023시즌 K리그였다. 시즌 종료 후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된 팀들은 재빠르게 새 감독을 선임하며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4시즌 K리그 사령탑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들의 행보를 주목해서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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