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산체스, 3년 전 '채드 벨 악몽' 씻을까
[양형석 기자]
한화가 우완 페냐와 좌완 산체스로 이어지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재신임했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26일 공식 SNS를 통해 베네수엘라 출신의 좌완 리카르도 산체스와 총액 75 달러(계약금 10만+연봉50만+인센티브15만)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산체스는 계약 후 "한화 이글스와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 이글스 팬들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렌다. 올 시즌을 통해 나타난 나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했던 부분은 잘 보완해 내년 시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올해 24경기에서 7승8패3.79를 기록한 산체스는 총액 75만 달러의 조건에 한화와 재계약했다. |
ⓒ 한화 이글스 |
행복했던 전빈기와 불안했던 후반기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빅리그 5년에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던 화려한 경력의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를 영입했다. 한화는 10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스미스가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스미스는 3이닝도 채 던지지 못하고 부상을 이유로 자진 강판했고 결국 스미스는 한화 외국인 투수 역대 최악의 흑역사를 남긴 채 팀을 떠났다.
한화는 부랴부랴 스미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를 구하려 했지만 각 리그가 개막한 시점에서 이름 있는 외국인 투수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한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트리플A에서 6.2이닝4실점을 기록하고 있던 1997년생의 젊은 좌완 산체스를 총액 40만 달러에 영입했다. 일각에서는 다소 성급한 영입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투수에 구멍이 뚫린 한화로서는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영입한 산체스는 한화의 '복덩이'로 활약했다. 산체스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첫 9경기에서 5승1.48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특히 한화는 산체스가 등판한 첫 9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산체스의 눈부신 호투행진이 이어지자 산체스는 언젠가부터 페냐를 제치고 한화의 에이스 대접을 받기 시작했고 1997년생의 젊은 산체스와 다년계약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산체스는 10번째 등판에서 3이닝8실점(7자책)의 부진한 투구로 시즌 첫 패를 당했고 후반기에도 기복 심한 투구로 전반기의 위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실제로 전반기 10경기에서 5승1패2.61을 기록했던 산체스는 후반기 14경기에서 2승7패4.60의 평범한 성적에 머물렀다. 결국 산체스는 24경기에서 126이닝을 던지며 7승8패3.79로 초반에 보여준 존재감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한화는 시즌이 끝난 후 새 외국인투수를 찾으려 했지만 '스미스의 악몽'이 있는 한화가 산체스 이상의 기량을 가졌다고 자신할 수 있는 외국인투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한화는 산체스와 총액 75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내년에도 페냐-산체스-문동주로 이어지는 선발트로이카를 구축하게 됐다. 분명 경험과 젊음을 두루 겸비한 매력적인 선발진이지만 2020년 에 있었던 '채드벨의 악몽'을 떠올리면 한화팬들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채드벨 악몽' 이기고 독수리 좌완 에이스 될까
2018년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한화는 2019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를 호주 출신의 우완 워릭 서폴드와 미국 출신의 좌완 채드 벨로 교체했다. 한화는 2019년 3위에서 9위로 순위가 급락했지만 서폴드와 채드벨로 이어지는 외국인 듀오는 369.2이닝을 책임지며 23승을 합작, 외국인 투수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채드벨은 8월 이후 7경기에서 6승 1.51이라는 눈부신 투구를 선보이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화는 시즌이 끝난 후 서폴드와 130만 달러, 채드벨과 11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특히 채드벨의 경우 2019시즌 후반의 구위를 2020 시즌에도 다시 보여준다면 리그 정상급 좌완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채드벨은 2020 시즌 팔꿈치와 어깨 부위에 차례로 부상을 당하면서 16경기 등판에 그쳤고 2승8패5.96이라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전세계를 덮치면서 마이너리그 시즌이 취소되는 등 외국인 투수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시즌이다. 따라서 한화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채드 벨을 교체하지도 못하고 시즌 끝까지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2019년에는 후반기의 눈부신 호투로 팬들에게 희망을 안겼지만 결과적으로 채드벨은 한화팬들에겐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던 좌완 외국인 투수로 남았다.
물론 채드 벨과 산체스는 좌완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나이도 국적도 구위도 투구스타일도 전혀 다른 투수다. 채드벨이 한국에서의 두 번째 시즌에 실패했다고 해서 산체스도 같은 길을 걸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평범한 성적에 그쳤던 채드벨이 후반기 맹활약으로 한화와 재계약했던 것과 달리 산체스는 후반기 다소 부진했던 성적에도 전반기 맹활약을 바탕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한화는 이번 겨울 FA시장에서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했고 스위치히터 외국인타자 요나단 페라자를 데려 왔으며 2차 드래프트에서는 '짐승' 김강민을 깜짝 지명했다. 전체적으로 타선의 힘이 강해졌다고 평가 받는 가운데 한화가 2024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마운드, 특히 선발진의 활약이 절실하다. KBO리그 2년 차를 맞는 산체스는 채드벨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고 올해 전반기처럼 한화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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