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심장·로봇팔...‘인류의 선택적 진화’ NFT로 표현했죠
Q. 언제 어떻게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A.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각각 한국회화와 트랜스아트를 전공했다. 2014년부터 영상미디어 작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아기를 사고 파는 ‘아기공장’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작업이 ‘중국 국제 카툰&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수상에 성공하면서다. 이후 영상 작업과 애니메이션, 모션 그래픽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NFT 작업은 이번이 처음인데 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Q. NFT 작업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
A. 작가 입장에서 보면 장점이 워낙 많다. 오랜 기간 영상미디어 작업을 하면서 디지털아트 저작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는데, NFT 기술로 이런 문제가 해결됐다. 무명·신진 작가가 작품을 알릴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톡톡히 한다. 기존에는 전시회를 여는 정도였는데,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지방 소도시까지 전시를 보러오는 이가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경제적인 수입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비단 고가에 작품이 팔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따로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작가가 작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NFT 덕에 다방면에서 예술 시장 진입 장벽이 확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누구나 디지털아트를 만들고 NFT 시장에 공개·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품질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아트 전반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이런 점은 시장이 성숙하면서 차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A. ‘선택적 진화(Selective Evolution)’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그동안 모든 생물은 자연 진화를 해왔지만 최근 과학·의학 기술 발달로 진화 과정이 달라졌다. 인간이 장기를 찍어내고 이를 조립하는 ‘로봇화’ 단계에 있다. 필요한 신체부위만 선택적으로 바꿔 끼우는 식의 진화인 셈이다. 인간이 인간 개념을 초월하게 되는 미래 모습을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술, 문화와 생명 등 기존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모습을 영상화했다.
선택적 진화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심장은 인공심장으로 대체 가능하고 뼈를 대체하는 소재 물질도 개발됐다. 인공관절을 비롯해 신경을 로봇팔이나 로봇다리에 연결하는 기술도 나왔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 기술도 각광받는다. 미래에는 더 나아가 개인이 식물을 기르듯 신체 일부를 기르고 교체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영원한 삶을 향한 인간 본능을 표현했다.
Q. 선택적 진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지.
A. 부정적으로 보지도, 긍정적으로 보지도 않는다. 다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또 미래에 나타날 현상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진화는 감정이나 윤리가 개입되지 않는 영역이고 그저 ‘일어날 뿐’이다. 인간이 호모사피엔스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진화 과정 속에는 대량학살이나 인체실험 같은 잔인하고 변태적인 사건도 영향을 끼쳤다. 도덕적으로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할 영역이지만 진화 관점에서 볼 때는 하나의 ‘외부 환경’이다. 인간 복제와 로봇화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Q. 인간 복제와 진화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지.
A. 어릴적부터 동물 생태계에 관심 많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즐겨 봤다. 그러면서 동물과 인간이 무엇이 다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됐다. 인간이 언제부터 동물과 차이를 갖게 됐는지, 어떻게 지금 인간이 존재하게 됐는지, 또 다가올 미래 인간의 모습은 어떠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다른 창작물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너무 많아서 다 나열하기 어렵지만 굳이 꼽으라면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프란체스카 페란도의 ‘철학적 포스트휴머니즘’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연출한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역시 선택적 진화 세계관에 영감을 준 작품이다.
Q. NFT 작가로서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A. 앞으로도 NFT 작업을 꾸준히, 또 열정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NFT 작가’로 한정하고 싶지는 않다. NFT는 디지털아트 작업 중 하나일 뿐이다. NFT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공연, 설치 조형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을 생각하고 있다.
영상미디어 작가로 열심히 활동하고 성과를 내다보면 NFT 작품 가치도 저절로 오를 것이라고 본다. NFT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여러 방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오히려 NFT 작가와 작품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 작업 중 핵심 장면을 뽑아내 NFT 작품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러모로 시너지를 내기 좋다.
당장은 ‘선택적 진화’ 시리즈 작업에 몰두할 계획이다. 영상 5개를 모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인데, 좋은 성과를 얻을 자신이 있다. 현재 2개를 완성했다. 공장에서 인간 신체 부위가 대량생산되는 이미지를 담은 ‘오간 팩토리(Organ Factory)’, 신체 부품이 인체에 조립되는 과정을 묘사한 ‘어셈블리 라인(Assembly Line)’이다. 5개 영상이 선택적 진화라는 세계관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앞으로 선보일 NFT 작품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물’로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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