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마음을 빛나게 하는 감사의 힘
연말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시기입니다. 병원에 들어설 때 보이는 주차장 입구의 커다란 트리, 자원봉사자들의 옷에서 온통 크리스마스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환자분들은 올해의 마지막 달을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실감하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암 진단’이 환자의 삶을 중단시키는 사건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감사한 일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시간이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암을 진단 받느라 올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첫 진단 받던 그 날을 떠올리면 얼음처럼 몸과 생각이 얼어붙는 것 같아요. 그런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서 암 환자라는 상황에 적응됐다는 것이 감사한 부분이네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암 진단 받기 전까지 단 하루도 온전히 쉬지 못했어요.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아르바이트로 바쁘게 지냈고 곧장 취업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어요. 육아휴직도 없이 다시 복직했으니 몸이 힘들 수밖에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약 먹고 치료받는 삶이 아이러니하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험에 가입했던 것도 감사하고 항암 반응이 좋은 것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결과를 들으러 왔는데 제가 눈이 안 좋아서 대기자 명단이 떠도 잘 못 봐요. 그래서 저는 대기 중에 좀 긴장하기도 하는데요. 오늘 간호사분이 제 쪽으로 오셔서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제 이름을 기억해주신 게 너무 감사하고, 그 바쁜 와중에 제가 눈이 잘 안 보이는 걸 기억했다는 배려에 또 고마웠어요. 아파서 치료받으러 병원 다니다 보니 참 작은 것들에도 감사하고 감동하게 돼요.”
우리가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아주 작은 것이거나 혹은 슬픔 중에 우연히 겪은 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건강에도 좋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이야기겠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사람들의 불안과 우울을 줄이고 통증을 줄여준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뇌 영상을 찍어 감사에 대한 특징을 살핀 연구를 보면, 감사는 내측 전전두엽 피질의 변화을 유발해 신경 조절 능력을 증가시키고 부정적인 감정을 더 잘 처리 할 수 있게 돕습니다.
‘감사’를 말하고 그리고 바라본다면 매일 매일이 건강해질 수 있겠지요.
그럼 어떻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감사는 매우 중요하고 기분 좋은 훈련으로 강화될 수 있습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공유해 드리는 이야기인데요. 텍사스대 제임스 펜 베이커 교수는 개인적이고 성찰적인 글쓰기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수면의 질도 높인다고 합니다. 매일 일기 쓰는 것이 부담된다면 그림이라도 그려보세요. 마음속으로라도 그림을 그려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잠들기 전에 눈을 감고 감사하는 마음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지요. 제가 어제 적어둔 간단한 감사 일기와 오너먼트 그림을 공유합니다.
나의 감각에 감사합니다.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커피 향을 맡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성시경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지금 여기에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나의 호흡이 온전히 내 몸 안에 존재함에 감사합니다. 바쁘고 갈등이 많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늘 바쁜 선생인데도 나를 존중해주고 고민을 나누는 학생들에게 감사합니다. 저와 상담을 나눈 내담자들에게 감사합니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주변 친구들, 그리고 바쁜 엄마를 늘 지지하고 기다려주는 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미랑 칼럼을 잘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의 감사하는 마음이 전해져서 여러분의 아픈 부분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이 닿기를 바랍니다.
감사는 어떤 형태이든 모두가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서로의 감사가 서로의 마음을 빛나게 하는 연말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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