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 모험] 스크린 골프를 치면서도 골프가 줄지 않으려면?

이은경 2023. 12. 2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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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골프.    IS포토

독자는 '접바둑'을 두어 본 적이 있는가?  흑을 잡은 쪽이 바둑판에 미리 몇 점을 깔고 시작하는 바둑 말이다. 몇 개를 먼저 깔고 두느냐에 따라 '두 점 접바둑'  '석 점 접바둑' 하는 식으로 부른다. 많게는 아홉 점까지 깔고 두기도 한다. 물론 실력 차이가 정말 크게 날 때 이야기다. 

프로 바둑기사 서봉수 9단의 '천하 넉 점'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바둑의 신과 승부를 한다면 몇 점을 깔고 둬야 이길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목숨을 걸고 둔다면 넉 점을 깔아야 자신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서 명인이 이 말을 할 때는 아직 '알파고(AlphaGo)'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다. 현재 세계 정상급 기사라면 알파고와 두 점을 깔고 두면 팽팽하다. 무한한 수 읽기를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알파고는 서 명인이 상상한 바둑의 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 명인은 지나치게 겸손하게 답한 것일까? 결코 아니다. '목숨을 걸고 둔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승부라면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을 당대 최고 고수 가운데 한 사람인 서봉수 9단은 알고 있었다. 

뱁새 김용준 프로도 대학 때 바둑을 처음 배웠다. 운이 좋아서 상당한 강자들에게 배울 수 있었다. 당시에는 인터넷 바둑이 없을 때였다. 바둑판 앞에 마주 앉아 두는 시절이었다.

'더 글로리' 중 바둑을 두는 장면.    사진=넷플릭스

고수들이 승부를 겨룰 때 뱁새는 관전을 하곤 했다. 간식이나 맥주 혹은 담배 따위를 사오라는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고 말이다. 밤 늦게 맥주를 사오라고 시킬라치면 날랜 걸음으로 뛰어가서 이미 닫힌 가게 문을 쾅쾅 두드려서라도 기어코 임무를 완수했다. 당시에는 영업시간 제한이 있던 시절이었다. 오징어나 쥐포 따위를 하숙방 연탄불에 구워서 내어놓는 수고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하곤 했다. 

고수들끼리 승부를 내고 나서 하는 복기(復碁)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새벽 동이 틀 무렵쯤 고수가 두어주는 지도대국을 기다린 것이었다. 수업료를 따로 치르는 것도 아닌데도 고수인 선배들은 한 수 한 수 정성껏 두어주고 복기도 해주었다.

뱁새는 당시 이름난 아마 고수인 김 모 선배를 상대로 맨 처음에는 제법 여러 점을 깔고 뒀다. 한 점 한 점 줄여가서 나중에는 석 점 정도까지 내려갔다.

그 때 뱁새는 궁금한 점이 있었다. '나 같은 하수와 바둑을 두면 저 선배는 바둑이 줄 텐데 어떻게 싫은 내색하지 않고 지도대국을 해 주는가'라는 것이었다. 못 참고 질문을 했더니 김 고수는 말했다. "아무리 하수와 접바둑을 둬도 정수로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해서 두면 바둑이 줄지 않는다"고. 상대가 하수라고 노림수로만 일관해서 '걸려들면 이기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두면 바둑이 줄어든다는 설명이었다.

노림수는 흔히 '꼼수'라고 하는데 속된 표현이며 노림수가 맞는 말이다. "그러다가 하수에게 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수답게 뱁새가 물었다. 김 고수는 "진다면 너무 많이 접어주고 둔 것"이라고 답했다. 

골프 칼럼에 느닷없이 접바둑 이야기냐고? 스크린 골프 이야기를 하려고 그런 것이다. 골프 상급자 중에는 스크린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이 제법 많다.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필드 골프 실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뱁새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스크린 골프를 열심히 연습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러자 '스크린 골프를 잘 치면서도 필드 골프 실력이 줄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하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때 수 십 년 청년 뱁새에게 지도대국을 해 주던 고수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바로 '정수로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해 둔다'는 말 말이다. 

스크린 골프.    IS포토

스크린 골프는 필드 골프와 다른 점이 여러 가지 있다. 이 자리에서 차이점을 일일이 꼽아 보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스크린 골프를 칠 때도 필드 골프처럼 최선을 다해서 친다면 골프가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스크린 골프를 할 때는 같은 거리를 더 짧은 클럽으로 치는 경우가 많다. 필드 골프 때 보다 훨씬 강하게 휘두르는 것이다. 다른 플레이어가 나 보다 더 짧은 클럽으로 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보기 때문이다. 또 프리 샷 루틴(Pre Shot Routine)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이버 티샷도 필드 보다 더 낮게 때리고. 

공식 대회나 큰 내기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스크린 골프 때도 필드에서와 같은 스윙을 하면 어떨까? 비록 점수는 더 나쁘더라도 말이다. 하수와 접바둑을 두면서도 정수로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해 둔 바둑 고수처럼 말이다. 물론 필드 골프를 주로 치고 스크린 골프는 이따금 치거나 겨울에만 치는 플레이어에게 하는 조언이다. 스크린 골프에 최적화한 플레이어 말고 말이다.
둘 다 잘 치는 프로 골퍼도 있지 않느냐고? 그런 천하 고수는 여간 수련을 많이 한 것이 아닐 테니 어디 하수 뱁새가 논할 수 있겠는가?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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