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서울 중구민 중구의회 규탄 ..."쓰레기 대란 등 혼란 책임 져라"
중구의회의 막무가내식 예산삭감에 화난 중구(구청장 김길성)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주민자치위원장, 직능단체장 등 주민 300여 명은 26일 오후 구민회관 대강당에 모여 중구의회 예산삭감 규탄대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중구의회의 이번 예산삭감이 납득할 수 없다는 데 굳건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예산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것을 강력히 외쳤다.
“예산안은 주민 의견수렴, 사업 효과 분석 및 재정 여건 등이 모두 반영된 결정체입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한 해 예산안이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지는지를 언급하며 모두발언에 나섰다.
먼저, 주민에 필요한 예산은 다 편성했다는 중구의회의 주장과 달리 ▲쓰레기 반입 수수료 ▲봉제산업 지원비 ▲경로당 · 어린이집 긴급 보수비 ▲주차장 운영비와 시설개선비 ▲클린코디 인건비 ▲복지관 운영비 등 중구 의회의 손에서 잘려 나간 예산이 과연 주민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인지 물었다.
또 구정 운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인건비, 업무추진비, 운영비, 공과금 등 필수경비를 삭감한 것에 대해서도 기본에 어긋났다며 유감을 표했다.
추경으로 편성하면 예산을 주겠다는 의회의 입장에 대해서도 추경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편성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아울러 터무니없는 예산삭감은 중구를 망가뜨리는 일이라며 빼앗긴 예산에 대해 재의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규탄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큰 소리로 재의 요구에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이어서 기획예산과장이 예산삭감 현황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했다. 세수가 줄고 정부와 서울시의 교부금도 줄어든 상황에서 내년 예산안은 편성부터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애써 마련한 예산안 중 80억 원이 삭감되어 원활한 행정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중구의회가 쳐 낸 예산 중 폐기물 반입 수수료 15억 원은 주민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청소행정과장은 반입 수수료가 없어 폐기물을 치워가지 못하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주민에게 돌아갈 피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중구의회에 물었다. 또 중구가 골목마다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은 클린 코디의 활약 덕분인데 인건비의 반을 잘라내는 바람에 양질의 일자리도 반토막이 나고, 골목의 쾌적함도 사라질 판이라며 유감을 전했다.
주차관리과장도 노후화된 공영주차장의 유지관리비와 긴급 시설보수비가 잘려 나가 주민의 안전이 위협받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누수, 철판 탈락, 배수펌프 고장으로 주차장에 녹물이 떨어지고 있어 이를 당장 고치지 못하면 주민의 재산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공영주차장 월 정기 이용 대기자만 3600명에 이르는데 이를 단기간에 해소해 줄 민간 부설주차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부설주차장 관련 예산마저 삭감돼 주차 문제로 고통받는 주민을 위한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안타까워했다.
30년 주민 숙원 남산 고도제한 완화를 앞두고 중구는 고도 제한 완화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사전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000만 원을 편성했으나 이 역시 잘려 나가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도심정비과장은 예산이 크고 적고를 떠나서 주민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 자체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 누구를 위해 좋은 일인가 물었다.
주민대표 3인의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중구 어린이집 연합회 홍순옥 회장은 영유아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분노를 담아 이 자리에 섰다며 보육 정책에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관에 어린이집을 위탁하는 것을 명분 없이 반대하고 있는 중구의회의 행태를 꼬집었다.
또 보육 교직원 연수와 관련된 비용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안전과 관련된 긴급보수를 위한 시설비 등을 삭감한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엘리제레 김규순 대표도 발언자로 나섰다. K-패션이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때 이들을 지원해주지 못할망정 의류패션지원센터 위탁사업비를 삭감한 것은 경쟁력 있는 신진 디자이너, 영세한 봉제업 소상공인을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경태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은 중구가 개발에서 오랫동안 제외되어 노후화되는 바람에 젊은이들이 떠나고 있는데,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기는커녕 설계 예산을 깎는 중구의회의 행태를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시설관리공단 재정지원팀장은 중구의회가 시설관리공단의 예산을 깎은 터무니없는 명분을 지적했다.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암 수술로 예산 심의에 불참 의사를 사전에 밝혔는데도, 이사장 아니면 공단 사업 예산 설명을 안 듣겠다며 생트집을 잡아 공단 예산을 깎았다고 규탄했다.
또 공단 대행 사업비는 공공요금 등 매월 지급해야 하는 필수예산인데다, 청년 일자리, 어르신 일자리 등 지역의 양질의 일자리도 없어지게 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원칙 없는 예산삭감으로 최일선에서 주민의 건강과 복지 향상에 큰 몫을 담당하는 시설공단의 손과 발을 묶었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각 동 주민대표들이 단상에 올라 결의문을 낭독하며 중구의회의 무분별한 예산삭감을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또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예산을 원래대로 복구할 것과 민생 정치를 실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예산삭감은 주민을 무시하는 것이고 주민의 권익을 침탈하는 것”이라며 “비정상적인 예산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것”을 촉구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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