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이자환급’에 외식업계 “한푼이라도 더”…‘형평성’ 논란도
고금리‧고물가로 지원 필요성 높아져
“일회성 지원 보다 지속가능한 지원책 나와야”
최근 금융당국이 2조 원 규모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전례 없는 현금 지원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21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20개 사원은행 은행장들은 간담회를 개최하고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4년 2월부터 개인사업자 187만명에게 1조6000억원을 이자환급(캐시백) 방식으로 돌려주고, 취약계층을 위해 4000억원도 자율적으로 지원한다.
당국은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난이 심해진 만큼 지원의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난 3년 동안 영업 중단 및 제한을 받으면서 대출로 버텨온 만큼 은행이 과도하게 챙긴 이익을 나눠 돕는 것이 맞다는 취지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역대급 규모의 민생 지원책을 내놨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외식업계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금리까지 겹치며 오랫동안 생계위기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작은 도움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처음 대출 받은게 3%였다가 현재 5% 가까운 이자를 내고 있어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며 “최저 생계비도 간신히 벌고 있는 상황에서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저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번 상생안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높은 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여러 계층이 있음에도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만 지원 대상인 만큼 샐러리맨이나 저축은행 이용자 등이 제외돼 ‘역차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원 방안에 따르면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간 4%를 초과한 이자 납부액 중 90%를 환급해줘 187만명이 1인당 평균 85만원을 돌려받게 되는데, 1금융권 외에 다른 곳에서 대출받은 사람이나 부동산 임대업자 등은 제외됐다. 일반 대출을 이용한 월급쟁이도 제외됐다.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넘는 대출 원금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미 낸 이자 중 몇십만 원 돌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지금은 일회성 현금지원 보다 금리 인하가 더 시급한 시기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에 제외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많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특히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가급적 상생금융 혜택은 여러 차주들에게 두루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합리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금리 부담이 훨씬 큰 2금융권 차주들의 경우 별다른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다중채무자 상당수가 은행을 거쳐 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렸는데, 이번 상생금융은 은행권 대출에 한정해 적용된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올 상반기 기준 전국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177만8000명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 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4억1800만 원의 대출이 있는데, 이자를 갚지 못해 연체한 규모는 13조2000억 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매출은 줄고 이자는 높아지는 상황이 감당이 안돼 투잡을 해가며 두 달 전 대출을 간신히 갚았다. 나름 성실 채무자였는데 지금 대출을 보유한 사람들만 이자를 환급해 준다고 하니 괜히 아등바등 살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금융위는 뒤늦게 2금융권 차주들도 이자 일부를 환급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월부터 상호금융기관, 카드·캐피탈 등에서 대출받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납부한 이자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예산 3000억 원 규모로 차주당 환급액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외식업계는 일회성 지원 보다는 향후 지속가능한 지원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소상공인의 비용구조가 매출에 상관없이 지출해야 하는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 등 이른바 고정비용 비율이 높아 영업정지나 매출이 감소하면 손실이 급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지원체계는 중앙정부 차원의 1차 지원, 지자체 중심의 2차 지원, 소상공인 단체 중심의 3차 지원 등 삼중 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지원기관간 역할 분담, 소상공인 협업 활성화 등을 통해 지원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생계 위협 속에서 고통을 감내해온 업계 입장에서는 작은 도움이라도 큰 힘이 될 것이기에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형평성 논란도 있지만 가장 많은 소상공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장기적으로는 환급보다 이자율을 낮춰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 같다”며 “외식 시장이 코로나19 시기만큼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매달 실질적인 부담을 낮춰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동생 강간 10년, 아이까지 출산하고 속인 30대 형수
- SK온, 배터리 생산장비 지능화 추진…스마트 팩토리 구축 ‘속도’
- '천·아·용·인'도 분리…이준석 신당, 첫발부터 휘청 [정국 기상대]
- 정우택 "국운 위해서라도 탄핵 남발 않는 22대 국회 되길" [갑진년 희망의 정치 ①]
- [인터뷰] TSMC 떠나 삼성 지원군으로...에이디테크놀로지 "모든 준비 마쳤다"
- 여야의정 협의체 2차 회의 열었지만, 여전히 '평행선'
- 한동훈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 통상적인 결과 나올 것"
- 거주자외화예금 51억 달러↓…원·달러 환율 상승 탓
- 극장가에 부는 팬덤 열풍, 이번엔 뮤지컬 스타다 [D:영화 뷰]
- ‘골반 통증’ 김도영, 천만다행 “호주전 출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