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85% 감소', 도로에 분홍색 칠한 이 남자[2023 Asia Newspick]①
편집자주 - 2023년 한해에도 아시아경제신문은 수많은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이중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독자들의 공감과 반응을 이끌어냈던 뉴스들을 뽑아 기사와 그 뒷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먼저 지난 1분기 인기를 끌었던 기사들을 보시면서 올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1. ‘사고율 85% 감소’ 도로에 분홍색 칠한 이 남자(1월27일, 오규민 기자)
올 한해 동안 아시아경제 기사들 중 온라인 기사로서 공감과 댓글을 통해 독자들과 가장 많이 소통한 기사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지나치기 쉽지만, 나름의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는 주제들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사고율 85% 감소 도로에 분홍색 칠한 이 남자' 기사의 경우처럼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웅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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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차선을 따라 운전하세요”
언제부턴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량 내비게이션이 색을 말해준다. 분홍색 또는 초록색 차선을 따라 가면 목적지로 쉽고, 안전하게 빠져 나갈 수 있다. 누가 처음 도로에 색을 칠할 생각을 했을까. 윤석덕 한국도로공사 안성용인건설사업단 공사관리팀 2공구 주감독(차장)이다.
노면 색깔 유도선은 분기점 등에서 차로 안내를 위해 노면에 시공하는 유도표시다. 2011년 영동고속도로 안산분기점에 처음 생긴 후 해당 구간 사고 발생 건수는 연간 20여건에서 3건 이하로 줄었다. 사고 감소율이 무려 85%다. 2015년까지 77개 유도선이 설치된 후 분기점에서 22%, 나들목에선 40%의 사고 감소 효과를 봤다. 현재 고속도로에만 유도선이 905개 있다. 시내 도로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많다.
◆“도로에 색칠을 하자”= 윤 차장은 영동고속도로의 한 분기점에서 길을 헤맨 적이 있다. 서울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전남 목포 방향으로 빠졌다. 윤 차장은 이 때부터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쉽게 분기점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말이다.
고민하던 찰나 2011년 3월 안산 분기점에서 대형 사고가 났다. 4중 추돌사고가 일어나면서 2명이 사망했다. 사망사고가 난 그 날, 군포지사장이 윤 차장에게 “대책을 세워보자”고 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했을 때 8살 딸과 4살 아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때 생각이 났어요. 도로에 색을 입히면 사람들이 잘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걸요”
◆“불법이지만 괜찮아”= 도로에 분홍색을 칠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도로교통법상 위반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차로에는 흰색,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청색만 칠할 수 있었다. 윤 차장의 아이디어는 ‘불법’이었다. “경찰에서 입건한다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그럼에도 그의 아이디어가 안산분기점을 장식했다. 성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2012년 한국도로공사 수도권 본부에 도로에 색을 칠하자고 건의했다. 경부고속도로 판교 분기점에 두 번째 유도선이 그려졌다. 윤 차장은 “그때도 여전히 불법이었는데 교통사고를 줄인다는 명분이 있어 규제를 받지 않은 듯하다”고 회상했다.
2014년 한국도로공사에서 내부방침을 통해 공식적으로 유도선을 인정했다. 2017년 국토교통부 노면 색깔 설치 관리 매뉴얼 발간에 이어 2021년 4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
◆“누가 개발했는지 저한테 묻더라구요”= 그는 유도선을 만들면서 특허 신청을 하지 않았다. ‘불법’을 저지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잡혀가더라도 한 번 시도는 해볼 걸이라는 생각도 해요” 또 누군가는 자신이 만든 것을 알아주기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리기가 쉽지 않았다. 옆에 있던 입사 동기가 ‘이거 누가했는지 아냐’고 묻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차장은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어 위안을 삼았다고 했다. ‘사망할 수도 있던 사람들을 구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제도가 잘못되거나 미비해서 받지 말아야 할 피해를 당하지 않고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게 보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랙아이스 사고를 방지하고 싶어요”= 지금은 윤 차장의 공로를 세상이 인정한다. 2020년 방송 출연 후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도로의날에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시계를 선물 받았다. 지난해 개천절 행사에선 대한민국 의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히 금전적인 보상을 받은 기억은 없다. “돈 생각보다 누군가 제 일을 알아봐준 것만으로도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퇴직을 7년가량 앞둔 윤 차장에게 남은 목표가 있다. 블랙아이스(살얼음) 사고를 막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도 전기 열선을 통해 도로를 녹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조금 더 경제적이고 간단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겨울철 도로에서 생기는 피해를 줄이고 싶어요. 그런 다음 퇴직하면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가 어떤 아이디어로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꿔 놓을지 궁금하다.
2. 일본인이 본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영어를 잘하는 이유'(2월21일, 허미담 기자)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재원 생활을 했던 A씨는 당시 주유소에서 재밌는 경험을 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주유를 하면서 미국인들에게 '왕오왕'에 가려면 어떻게 가냐고 묻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일본인들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해 서로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A씨는 단박에 알아 듣고 길을 알려줬습니다. 미국인들이 도저히 알아듣지 못한 왕오왕은 '1O1(원오원)'이었습니다. 받침 있는 말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일본 사람들이 101을 왕오왕이라 말한 것입니다.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동부까지 가는 고속국도가 하이웨이 101입니다. 현지에선 그냥 원오원 혹은 엘 카미노 레알(El Camino Real, 스페인어로 왕의 길이란 뜻)이라고 부릅니다.
두번째로 많은 공감을 받은 기사가 일본인의 영어실력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영어를 잘하는 이유에 대해 일본 매체가 다룬 기사입니다. 한국의 경쟁력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기사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본보다 훨씬 강도 높은 우리의 외국어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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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력 경제매체가 한국과 일본의 영어 교육 실태를 비교하며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영어를 잘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20일 '세계의 교육정책' 연재를 시작하며 한국과 일본의 영어 교육 현실을 비교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도쿄도립고등학교 입시에 영어 말하기 시험을 도입하는 등 영어 교육에 관심을 쏟고 있다.
닛케이는 "한국어와 일본어는 영어학습에서 똑같이 불리하다고 하지만, 영어 시험인 토익의 평균 점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100점 정도 높다"고 했다. 2020년 기준 한국 토익 평균점은 683점 일본은 531점이다.
닛케이가 꼽은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영어를 잘하는 이유는 많은 유학생 수와 긴 영어 수업 시간 등이다. "한국 인구는 일본의 절반 정도지만, 유학생은 3배 많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은 21만3000명이고, 일본인은 6만1989명이다.
또 초등학교 3~6학년생이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시간을 합산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130시간 많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일본보다 약 20년 이른 1997년에 영어를 초등학교 필수 과목으로 채택했고, 높은 교육열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아이의 어학 능력이 높아지면 세계를 보는 시야도 넓어진다"며 어학은 문법뿐만 아니라 비판적인 사고·세상을 제대로 보는 힘을 기르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유학과 관련해서는 "외국에서 생활함으로써 자신을 마주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수용력을 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자국 내 학생들의 해외 유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교육의 국제화'와 '세계적인 인재 육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인 학생의 해외 유학을 확대하고 유망한 유학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3. "점심시간 집에 다녀왔다고 혼났어요" 30대 직장인의 울분(3월6일, 구나리 기자)세번째로 많은 공감을 얻은 이 기사는 회사 점심시간의 사용을 놓고 많은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던 기사였습니다. 직장 내 신입사원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MZ세대와 기성세대간 가치관 차이에 따른 충돌의 현주소도 함께 보여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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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점심시간에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구박받은 30대 직장인의 사연이 알려져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직장 점심시간 때 집 가는 게 잘못된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4개월 차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A씨는 "직장 점심시간은 총 1시간 30분"이라며 "직원들은 사내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각자 자유롭게 카페에 가고 휴식을 취한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집이 회사에서 5분 거리에 있다는 A씨는 "그동안 점심시간 때마다 집에서 쉬곤 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A씨의 직장 상사 B씨는 이를 탐탁지 않아 해 고민이라고 했다.
A씨는 B씨가 "감히 직장이 주는 점심시간에 어떻게 집에 가냐"며 구박했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점심시간은 법적으로 주어진 제 자유시간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B씨는 A씨의 물음에 "너는 개념이 없다"며 "자유시간은 맞지만 그래도 사내 분위기도 있고 거기에 맞춰야지 왜 집에 가냐. 직장생활 20년 동안 점심시간에 집에 가는 애는 처음 본다"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A씨는 "정말 점심시간에는 집에 가면 안 되는 건가? 상사의 말을 들으니 많이 당황스럽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법정 휴게시간에는 뭘 하든 상사가 참견할 권한이 없다", "20년 동안 집 가는 사람 처음 본다니 당연하다. 보통은 점심시간에 집에 안 가는 게 아니라 멀어서 못 가는 거다", "상사가 너무 꽉 막혔다. 우리 회사는 집에 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며 A씨에게 공감했다. 일각에서는 "외출 시에는 회사에 보고 정도는 해야 정상이다", "회사 분위기가 있다면 거기에 맞춰야 한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근로 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또 동일 법령에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고지돼 있다.
다만 2016년 법제처 법령해석(법제처 16-0239)에는 휴게시간일 시에도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긴급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등 최소한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휴게시간 이용에 관한 제한은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4. 기타 순위권 기사들이외 순위권에 오른 기사들은 부동산, 여행, 저출산 등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이슈들을 다룬 기사들이었습니다. 내년에도 해당 이슈들은 계속 발전될 것으로 보이는만큼, 앞으로 후속기사들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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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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