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 녹여줄 한그릇…국물까지 부담없이 즐기는 비지스튜 [쿠킹]
당뇨 판정을 받은 후 이를 극복하고자, 자신을 위한 밥상 차리기에 나선 푸드 콘텐트 디렉터 김혜준씨. 식재료 고르기부터 조리법, 식사법까지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공개한〈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 그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합니다.
③ 닭가슴살 비지 스튜
겨울엔 차가운 공기로 얼어버린 몸과 마음을 따끈하게 녹여줄 온기 있는 요리를 떠올리게 된다. 맑은 국물에 채소를 마음껏 넣어 데치듯 익혀 먹는 샤부샤부는 혈당이나 식단을 조절하는 이들에게도 적합하다. 하지만 얇게 저민 고기나 풍성한 채소들이 만들어 낸 진한 국물에 밥을 풀어 죽이나 볶음밥을 만들어 먹어야(?) 하는 한국의 후식, K 디저트(K-dessert)의 유혹을 떨치기란 무척 어렵다. 물론 쌀 대신 컬리플라워 라이스나 곤약밥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쌀알이 가진 넉넉한 전분기로 무장된 당의 맛을 채우기엔 다소 아쉽다.
이러한 아쉬움을 대신할, 국물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요리를 고민하다가 떠오른 재료가 있다. 바로 ‘콩비지’. 내 기준 콩비지에 어울리는 환상적인 조합은 1년쯤 푹 삭은 김장 김치다. 하지만 나트륨의 장벽에 부딪혀 차마 사용할 수 없다. 말간 맛이지만 각각의 재료가 가진 식감과 맛을 살려 만들 수 있는 건강한 요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때 샤부샤부와 퐁듀의 중간 형태의 스튜가 떠올랐다. 하지만 양식의 기술이 아닌 한식의 조리법을 빌어 기름에 다진 마늘과 액젓을 넣고 나물이나 채소를 달달 볶아 콩비지를 더하면 좋겠다 싶었다. 여기에 단백질이 풍부한 재료까지 더하면 영양 밸런스까지 조화롭게 채울 수 있다. 흔히 콩비지 하면 돼지고기를 떠올리는데 깔끔한 맛을 내고 싶을 땐 냉장고 한쪽에 쟁여져 있는 닭가슴살팩만한 게 없다. 소금과 들깨로 간과 농도를 맞춰 부담 없이 국물까지 푹푹 떠서 즐기는 비지 스튜를 만들 수 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채소다. 좋아하는 채소들을 담뿍 넣는 것! 집에 늘 구비되어 있는 말린 표고버섯은 불리고 봄철에 손질해 데쳐 보관해 둔 제주산 고사리도 냉동실에서 꺼낸다. 수분을 꼭 짜낸 후에 먹기 좋게 잘라 예열해 둔 냄비에 고소하게 볶는다. 포도씨유나 아보카도 오일과 같은 식물성 오일에 볶고, 액젓이나 국간장으로 밑간을 한다. 닭가슴살도 함께 볶다가 여기에 생기 넘치는 색감의 비금섬초나 봄동을 넣어 숨만 죽여주면 우선 1단계 완성.
다음으로 콩비지와 물이나 냉침해 둔 멸치 육수를 더해 충분히 재료들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끓인다. 각각의 재료가 가진 식감과 맛이 살아 있는 비지 스튜가 된다. 콩의 비릿함이 거슬린다면 들깻가루를 더해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세련된 향을 입혀 보길. 마지막으로 먹기 전에 들기름 한 바퀴 두르면 코끝에서부터 스치는 싱그러운 향에 입가에 침이 고일 것이다.
당뇨나 건강 식단을 하다가 가끔 외식하거나, 자극적인 한식을 먹은 후에 다시금 입맛을 슴슴히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양배추 샐러드나 삶은 달걀, 그릭 요거트로 식전에 혈당 발란스를 맞추기에도 너무나 추운 계절이다. 그럴 땐 따뜻하게 데운, 콩단백질 가득한 요리를 한 냄비 끓여두면 굳이 칼로리나 혈당 수치의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서도 포만감 가득한 한 끼를 채울 수 있다. 무엇보다 구하기 쉬운 식재료를 모아 냄비 하나로 빠르게 완성하는, 어렵지 않은 조리법인 만큼 올겨울 꼭 만들어보길 권한다.
Today`s Recipe 닭가슴살 비지스튜
“고사리나 표고는 처음부터 간을 잘해 두어야 싱거워서 맛이 혼자 겉도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간혹 소금이나 간장 사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적당량 사용하면 요리의 맛을 끌어올리는 소중한 매개체다. 무엇보다 무작정 무염이나 무탄수화물로 식단을 짜다가 꾸준히 식단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필요한 만큼은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재료 준비
재료(2인분) : 닭가슴살 1팩, 콩비지 1팩, 봄동 1/3대, 데쳐서 불린 고사리 100g, 말린 표고 20g, 멸치 육수 또는 물 120mL, 들깻가루 2큰술, 들기름 1큰술, 식물성 오일 2큰술, 액젓 2큰술 또는 국간장 2큰술
만드는 법
1. 닭가슴살은 손으로 자연스레 찢는다.
2. 예열한 냄비에 식물성 오일을 두르고 고사리와 불린 표고, 닭가슴살을 넣고 볶는다. 이때 액젓이나 국간장으로 밑간을 한다.
3. ②에 봄동이나 시금치를 넣고 숨이 죽을 정도로 살짝 볶는다.
4. ③에 콩비지를 넣고 물이나 냉침한 멸치 육수를 더해 충분히 익을 수 있는 농도로 맞춘다.
5. 들깻가루를 넣고 농도를 맞춘다.
6. 그릇에 담고 들기름을 한 바퀴 둘러 완성한다.
김혜준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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