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임주 하루 새 104조 증발…K게임도 '이것'에 떤다 [팩플]
중국 당국의 ‘빅테크 길들이기’에 한국 게임사 새우등이 터질 위기다. 중국 게임 정책이 요동치자, 한국 게임을 중국 내 유통하는 텐센트 등은 “발표된 규제는 아직 초안일 뿐”이라며 한국 게임사들을 안심시키는 상황. 하지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중국 정부 행보에 한국 게임사들은 대안이 될 생존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무슨 일이야
지난 22일 중국 게임 규제 기관인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온라인 게임 수익 창출 규제안을 발표했다. 날마다 로그인하는 게이머에게 보상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게이머의 지출에 대한 상한선을 정해놓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세계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의 주가는 12.3%, 또 다른 중국 대형 게임사 넷이즈의 주가는 24.6% 하락했다. 양사가 하루 만에 잃어버린 기업가치는 800억 달러(약 104조원)에 달한다.
다음날인 23일 중국 당국은 게임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해 개선된 규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25일에는 게임 서비스 허가인 ‘판호’를 게임 105종에 대거 내줬다고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온라인 게임 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여전한 지지를 보여준다”라고 보도했다.
K-게임 영향은
한국 등 해외 게임사들은 중국 현지 퍼블리셔(유통사)를 통해서만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 성탄절 연휴가 포함된 지난 주말, 중국과 한국의 대형 게임사들은 다급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게임 규제와 진흥의 밀당’이라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차이나 리스크는 이미 현실’이라고 평한다.
◦ ‘최대의 적’ 예측불가능: 규제 초안이 발표된 22일 크래프톤(-13.8%), 위메이드(-13.3%), 넥슨(-11.9%) 등 한국 게임사 주식은 급락했다. 중국 당국의 ‘주말 완화 방책’이 나온 뒤인 26일 이들 회사의 주가 회복세는 1~2%대에 그쳤다.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상장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지만, 중국의 널뛰기 정책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성이 최대의 리스크가 된 셈이다.
◦ 중국 유통사 목소리 더 커져: 중국 당국이 게임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내비칠 때마다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 퍼블리셔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 처지다. 실제 2020년 8월 넥슨은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 중국 출시 하루 전에 출시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중국 정부 규제에 따라 '과몰입 방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규제안이 불거질 때마다 ‘게임 방식을 이렇게 바꾸라’는 현지 업체 간섭은 더 늘어난다”며 “이번 규제안으로, 외국 게임사의 기술 장비나 서버를 중국 내로 옮겨야 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K게임 ‘대안 찾기’ 노력은
◦ ‘중국만큼 큰’ 인도 공략하고: 크래프톤은 국적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전체 매출의 85%에 해당하는 아시아 매출 중 상당부분이 중국판 배틀그라운드(배그)인 화평정영의 로열티 매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그간 인도 시장 개척에 주력해 왔다. 배그는 인도에서 인기를 얻던 중 인도와 중국이 국경 분쟁 등으로 갈등을 겪자 갑자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텐센트가 2대 주주로 있는 크래프톤 게임을 사실상 중국 게임으로 규정한 것. 그러나 10개월 만인 지난 5월 인도 내 서비스가 재개됐고, 이에 힘입어 지난 3분기 크래프톤 영업이익은 31% 증가했다. 크래프톤 측은 “인도 스타트업과 e스포츠 플랫폼 육성 등에 지속 투자해 인도의 마음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부터 회사가 인도 및 신흥시장 게임사에 투자한 금액은 1700억원에 달한다.
◦ 새 장르로 일본, 유럽 공략도: 이번 중국 게임 규제는 비싼 아이템을 사서 게임 내 힘을 키우는 ‘페이 투 윈(Pay to win)’ 방식을 주로 채택하는,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 다중접속역할수행(MMOPRG) 게임을 겨냥하고 있다. MMORPG는 당장 매출 성과를 낼 수 있으나, 한국·중국·대만 이외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을 받는다. 네오위즈는 MMORPG가 아닌, 기획력과 ‘스토리 라인’이 중요한 콘솔(게임 전용 기기)용 게임 개발에 도전했다. 올해 출시한 ‘P의 거짓’이 유럽에서 호평받고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견게임사 시프트업은 국내보다 해외서 인기있는 서브컬처 장르 게임 ‘승리의 여신 : 니케’를 지난해 말 글로벌 출시했고,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넥슨 vs 크래프톤 ‘다크 앤 다커’ 전쟁 이유도: 지난 하반기 게임 ‘다크 앤 다커’를 둘러싼 넥슨과 크래프톤의 신경전 배경에도 ‘글로벌 대안 찾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넥슨 출신 개발자들이 세운 아이언메이스가 준비하는 신작 게임에 대해 넥슨이 지적재산권 침해라며 소송을 했는데,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해당 게임의 모바일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사건이다. 사전 공개된 다크앤다커가 북미·유럽 등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자 신규 지적재산권(IP)을 둘러싼 전쟁이 시작된 것. 크래프톤은 배그 이외의 새로운 IP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현지화 역량도 갖춰야: 속도와 마케팅 등 물량 싸움에서는 이미 중국 게임을 이길 수 없고, 다양한 국가의 정서에 맞는 유통 등 현지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펄어비스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 북미·유럽, 터키·중동, 태국·동남아, 러시아·남미 등, 중국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 검은사막을 직접 서비스하고 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제원 아들' 래퍼 노엘 "민주당 지지한다"…뜻밖의 선언 왜 | 중앙일보
- 전두광 부인 ‘턱’에 술렁였다, 그 턱 만진 남자의 희열 | 중앙일보
- 여고생 제자와 여러 번 성관계…20대 교사 "합의하에 했다" | 중앙일보
- 갈비뼈 나갈래? 그럼 따라해…마동석 ‘오른손 풀스윙’ 비밀 | 중앙일보
- 마취된 여성 10명 성폭행 몰카…'롤스로이스 마약' 의사의 민낯 | 중앙일보
- 홀로 포천 캠핑 떠난 40대男, 눈 속 파묻혀 숨진채 발견 | 중앙일보
- 한동훈 12분 연설 A4 용지 '너덜'…얼마나 다듬고 고쳤기에 | 중앙일보
- "몇 만원 아끼려다 뒷목" 항공권 환불 불가 '날벼락' 피하려면 | 중앙일보
- 부동산 한파에도 여긴 '핫팩'…신고가 갈아치운 '재건축 삼대장' | 중앙일보
- 박나래, 특별세무조사서 수천만원 추징금…"악의적 탈세 아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