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도 안 된 김주애에 무릎 꿇다…북핵보다 무서운 4대 세습 [Focus 인사이드]
지난 1년 동안 열 살도 채 안 된 김주애의 후계 준비 행보가 북한 내부에서 중요한 정치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분한 시각과 해석의 차이로 그에 대한 설명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다. 북한 체제의 후계 준비는 현재의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보다 더 심각한 미래의 위협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의 본질적 위협을 인식하고 취약한 아킬레스건을 찾아내는 데는 다소 소홀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지난해 11월 18일 김주애는 이른바 ‘괴물급 ICBM’으로 알려진 화성-17형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소에서 김정은과 손잡은 모습으로 대내외에 처음 드러냈다. 북한의 폐쇄적 특성상 베일에 가려있던 김주애의 깜짝 등장은 세상의 주목을 받을 만했다. 하지만 필자는 놀이터도 아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에서 앳된 김주애가 공개되는 상식 밖의 광경에 황당했을뿐더러 핵무기를 세습 준비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김정은의 무모함에 절망감이 와 닿았었다.
이후 석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2월 8일 김주애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주석단의 상석을 차지한다. 호칭도 ‘사랑하는’, ‘존귀하신’ 자제분에서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격상했고, 이른바 수령이나 나오는 기념 우표에도 등장한다. 정권 수립 75주년인 9.9절 열병식에서도 김주애는 주석단의 김정은 옆자리에 앉으며 5성급인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무릎을 꿇고 김주애에게 귓속말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해ㆍ공군사령부 방문 간에도 김정은을 바로 뒤따라가며 장성들의 거수경례를 받고 김정은처럼 악수하는 행보는 2인자도 감히 못 하는 위상의 변화였다.
지난달 들어 북한은 김주애가 처음으로 공개된 11월 18일을 ‘미사일 공업절’로 지정하고, ICBM 보유국의 위용을 떨친 대사변을 이룩한 역사적인 날로 기렸다. 이어 김정은이 공들인 3차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 현장에도 김주애는 동행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를 자축하는 기념 강연회에서 ‘우주강국 시대의 미래는 조선의 샛별 여장군에 의해 앞으로 더 빛날 것’이라며 김주애에게 미래의 후계자를 지칭하는 ‘조선의 샛별 여장군’이란 칭호를 부여했다고도 전해진다. 김주애는 지난 18일 화성-18형 고체추진 ICBM 발사 현장까지 20여 차례 김정은과 공식활동을 같이 했다.
늦어도 2021년 1월 ‘제1비서’를 신설한 8차 당대회 때 북한의 후계세습 일정이 시작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수령의 반열에 오르는 후계구도를 즉흥적으로 보여주는 북한 체제가 아니다. 이제 북한식 4대 후계자 세습훈련이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같은 철저한 내부 통제체제는 외부의 정보활동이 매우 제한돼 북한이 김주애의 후계자 내정 사실을 공식화하기 이전에는 직접 확인이 어렵다. 김주애가 ‘맏이’인지 아니면, 김정은에게 있다고 알려진 아들이 ‘맏이’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존 정보는 왜곡됐거나 조작된 첩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후계준비로 볼 수 있는 다수의 징후를 분석해본다면 그 속에 답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쯤이면 정보 부족 탓이 아닌 정보판단의 문제로 봐야 할 사안이 됐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똑같이 공개하며 후계준비 활동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 정보기관의 역할이 지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책임을 안 지려는 모습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형국이다. 이제 후계 관련 정보가 더 필요하다며 망설일 때가 아니다. 요즘은 첨단매체의 발달로 공개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북한 정보의 상당 부분도 공개정보(OSINT)로부터 나온다. 정부는 올바른 대북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려면 국가 정보기관과 안보 부처에 중요한 대북 정보 수집 요구를 직접 내려야 할 책무도 있다. 안보 컨트롤 타워의 해당 기능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전문 소양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이 스스로 알아서 잘 해주기를 바라는 순간 정보가 곧 정치의 입맛에 종속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 체제의 4대 세습은 핵무기를 도구로 한다고 김정은이 그렇게 암시했지만,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다. 지금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 현상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완성해 미국과 대등한 전략국가가 됐고, 이제는 이른바 외부의 위협을 빌미로 만든 핵무기를 내부 세습의 통치 기제로 사인화(私人化)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보다 이를 세습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위협이 우리와 한반도에 영구적으로 위해(危害)하기 때문에 4대 세습은 핵무기보다 더 큰 위협요인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세습후계 준비 관련 사안은 매우 중요한 대북 정보다. 정부는 북한의 4대 세습에 대한 부당성과 폐단, 즉 반인륜ㆍ반인권적 공포정치까지를 대물림한다는 세습 독재권력의 무모함을 국제 사회와 북한 주민들에게 발 빠르고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또한 핵무기까지 세습으로 물려줘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 '고난의 행군'까지도 대물림하겠다는 김정은의 기만적 눈물에 북한 주민들이 속지 않도록 알려줘야 한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어 한류를 시청하는 청소년과 부모를 공개 처형하는 악법까지 만든 북한 사회의 통제감시와 잔혹한 억압의 실상도 알려줘야 한다. 이런 사안들이 김정은 정권이 가장 아파하는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새해 북한의 미래 4대 세습 정권에서도 핵무기의 위협은 유효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의 절망적인 삶은 지속할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북 정책과 전략이 무엇인지 답을 내놔야 한다. 북한의 후계세습 준비 활동을 안일하게 보는 작금의 머뭇거림은 마치 제 편의 이득만을 바라보며 국가를 위한 소명은 뒷전으로 하고 각자도생한다는 사자성어 ‘견리망의(見利忘義)’와 맥을 같이 한다. 그렇지 않게 되길 새해 기대해 본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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