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총리 불러 세우나…한동훈∙이낙연 압박 속 이재명 반전카드는

성지원 2023. 12.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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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 결단 시점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재명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구립 큰숲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경로당 주5일 점심제공 정책간담회 중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3.12.21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26일 통화에서 “연말까지 (이 대표의 응답을) 기다려보고, 늦어도 내년 1월 12~15일 사이에 신당을 출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측근은 “우리가 제시한 시한은 31일이고, 그 사이에 극적인 반전이 있을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민주당 검증위원회에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최성 전 고양시장은 이날 통화에서 “이낙연 신당이 발족하면 1호로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신당 출범을 만류하기 위해 최대한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에선 이 대표가 강조해 온 당 단합을 위해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①3총리 공동선대위원장


복수의 당 지도부 인사가 먼저 거론하는 방안은 김부겸ㆍ정세균ㆍ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3총리 선대위원장’ 체제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그분들이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면 당의 지도체제가 사실상 선대위 체제로 재편된다는 뜻”이라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지도부에서 자주 거론하는 건 ‘이해찬 모델’이다. 2020년 총선 당시 당 대표였던 이해찬 전 대표와 서울 종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전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치렀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영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도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해찬-이낙연 구도도 2월 말, 3월 초에 나왔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핵심 당사자격인 이 전 대표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모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선결 조건이란 점을 시사하며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성공할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비(非)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대표직 사퇴 없이 3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②‘비명’ 공관위원장


당 일각에선 비명계를 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내세우는 방안도 언급된다. “이 대표 체제에 대해 현역 의원들의 가장 큰 걱정은 ‘공천 학살’ 우려인데, 이를 불식시킬 수 있다”(민주당 관계자)는 주장이다. 김 전 총리와 정 전 총리도 24일 비공개 조찬 회동에서 “불공정한 공천으로 당이 분열될 위험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한다.

다만, 이 대표는 공관위원장을 당 외부 인사로 한정해 물색하는 중이라고 한다. 당규 제15조에 따라 공관위는 선거일 100일 전까지 설치해야 하는데, 역산하면 1월 2일에는 공관위원장 임명을 완료해야 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은 통화에서 “당적이 없는 외부인사 중 세 명의 후보군을 좁혀 이 대표가 직접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10일 오후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왼쪽)과 이재명 후보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서로 격려하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③당직개편


이 대표가 ‘깜짝 당직개편’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3월 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조정식 사무총장을 그대로 둔 채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등을 교체하는 당직 개편을 하기도 했다. 최근 당에서 “조 총장의 존재감이 너무 없다”(초선 의원)는 비판이 커진 가운데 5선의 조 총장을 교체할 경우 쇄신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당 검증위에서 조 총장 지역구(경기 시흥을)에 출마 예정이었던 김윤식 전 시흥시장을 부적격 판정하면서 이 가능성도 희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립성향의 한 의원은 “조 총장이 물러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김 전 시장은 최 전 시장과 함께 ‘이낙연 신당’ 합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김대중재단 서울 강북지회 출범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공동선대위원장 구상 등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와의 만남이) 조정되고 있거나 그런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이러는 사이 이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하면서 당 안팎의 쇄신 압박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들은 권력을 위해서는 그 어떤 일도 하는 세력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땡큐’라는 우리 안의 생각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며 “당내 다양한 세력을 멋지게 통합하는 실력을, 민생 현안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혁신을 통한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썼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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