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한동훈의 독립운동

이경원 2023. 12. 2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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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에 있을 때 선배 검사인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너는 수사를 매번 독립운동하듯 하느냐"는 말을 종종 들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로 널리 알려진 이 말은 당시 한 위원장이 문재인정부 핵심 인사들을 수사하다 인사 불이익을 받은 상황과 관련해 회자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한 지명자에게 "너는 매번 독립운동하듯 하느냐"고 말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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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정치부 차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에 있을 때 선배 검사인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너는 수사를 매번 독립운동하듯 하느냐”는 말을 종종 들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로 널리 알려진 이 말은 당시 한 위원장이 문재인정부 핵심 인사들을 수사하다 인사 불이익을 받은 상황과 관련해 회자됐다. 다만 한 위원장은 “오히려 나를 책망하는 취지에 가까웠다”며 정확한 맥락과 해석을 직접 말해준 적이 있다. “나는 항상 강한 수를 두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편인데, 그런 때에 ‘너는 왜 매사 그러느냐’ 하는 식의 말씀이었다. 나를 무슨 독립운동가 같다고 말씀하신 게 아니다.”

수사로서 무언가에 항거했다고 표현한 말이 아니라 유불리 없이 앞뒤 따지지 않는 태도를 빗댄 것이었다는 설명이었다. 뭇 사람들이 검사 중 드물게 ‘한동훈’의 이름을 기억하게 한 요인에는 실제로 자신이 있건 없건 상대를 가리지 않는 태도가 있었다. 그는 재벌 총수와 정치인을 수사할 때 “사회에서 이 장면을 쳐다본다. 여기서 검찰이 물러서면 사회가 후져진다”는 말을 많이 했다. 강자의 반칙을 바로잡는 특별수사 속에는 사회의 기준을 형성하는 의미까지 담겼다고 믿었다. 한 위원장은 검찰 선배 변호사들이 찾아오면 차갑게 대했고, 더욱 변론 반대 방향으로 뻗는 수사에 그를 찾는 외부의 발길도 점차 뜸해졌다.

빠른 확신과 그를 관철하려는 노력, 날이 서 있고 썩 부드럽지 못한 말투 때문에 검찰 내에서 미움도 많이 받은 편이다. 이를테면 평검사 때 윗선으로부터 “한 검사 같은 분들 때문에 우리 검찰이 힘들어지는 겁니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국회가 석방을 의결한 서청원 전 의원에 대해 회기가 끝나길 기다려 “수형 생활이 가능하다”며 기어이 재구속을 한 때였다. 당시 한 위원장은 서 전 의원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담당 의사를 만나 “일대일로 말해 달라”고 설득했다. 그는 초임 검사 때 “왜 회식에 안 오느냐”고 묻는 상사에게 “근무 시간에만 나라에 충성하겠다”고 대답했고, 이 말이 알려져 욕도 많이 먹었다.

유명한 검사였지만, 그는 묘하게도 검사들의 대체적인 모습에서 비켜서 있었다. 누군가가 ‘검사동일체’를 말하면 “우리는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른바 휘하의 ‘라인’도 없고, 검찰 내에 흔하다는 수사팀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이유에 대해 “같이 일했으면 그걸로 끝이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의 말과 행동을 비난하는 이들도 일에서만큼은 그를 인정했다. 회식 빠진 초임 검사를 흉보던 말이 잦아든 것은 그 검사가 기록에 파묻혀 일주일에 두 번만 집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진 때였다. 그러니 “너는 매번 독립운동하듯 하느냐”는 말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할 일을 한다는 당위는 인정하나 지금 그렇게까지 맹렬해야 하느냐는 애정어린 물음으로 말이다.

한 위원장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고, 사회가 후져지지 않겠냐고 되물었고, 같이 일했으면 그걸로 끝이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지금 여당이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 이런 자세만큼 절실한 것도 없지 싶다. 더러 겹쳐지고 더러 구별된다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제 수사 지휘로 부딪힐 때보다 더욱 어려운 긴장에 처할 것이다. 숨은 과거를 밝히는 검사의 일과 미래를 타협하는 정치인의 일은 다르다지만 그 기반은 둘이 항상 강조해 온 ‘상식’이다. 한 위원장은 또 윤 대통령으로부터 애정 섞인 책망을 받게 될까.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한 지명자에게 “너는 매번 독립운동하듯 하느냐”고 말하게 될까.

이경원 정치부 차장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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