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크리스마스 선물

2023. 12. 27.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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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닐곱 살에 받은 강아지 인형이다.

양말이 잘 보이도록 고쳐 걸기를 반복하다가 꾀가 났는지 "내 양말은 작아서 산타 할아버지가 못 찾을 거야. 선물도 들어갈 수 없어!" 말하며 아버지 양말 한 짝으로 바꿔 걸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머리맡에는 내 몸집만 한 크기의 강아지 인형이 있었다.

나는 내 자식에게 산타클로스가 되어줘야 할 나이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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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닐곱 살에 받은 강아지 인형이다. 넓적한 눈두덩이와 팔랑거리는 귀가 짙은 밤색인 점박이였고 털이 없는 비닐 소재에 끌어안으면 솜이 푹 죽어 쪼그라들었다. 인형에 대한 애착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이어졌지만, 어머니가 솜이 터진 귀를 꿰매준 기억을 끝으로 행방이 묘연하다. 사라진 인형을 대신한 건 아련한 그날의 추억이다.

크리스마스이브, 나는 설렘과 흥분으로 쉽사리 잠들 수 없었다. 평소라면 잠들었을 시간에 유달리 말똥말똥한 내 눈을 본 부모님은 난감해하셨다. 이부자리에 누웠다가도 문고리에 걸어둔 양말을 산타 할아버지가 보지 못할까 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양말이 잘 보이도록 고쳐 걸기를 반복하다가 꾀가 났는지 “내 양말은 작아서 산타 할아버지가 못 찾을 거야. 선물도 들어갈 수 없어!” 말하며 아버지 양말 한 짝으로 바꿔 걸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머리맡에는 내 몸집만 한 크기의 강아지 인형이 있었다. 나는 신이 나서 방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선물을 챙겨주고 싶었던 부모님의 마음은 꼬마전구처럼 작고 따뜻한 빛으로 나의 동심을 지켜줬던 것 같다. 방긋 웃는 딸을 상상하며 집안에 인형을 숨겨뒀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시큰하다. 나는 내 자식에게 산타클로스가 되어줘야 할 나이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다. 재작년에는 차마 하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귀여운 머리핀을, 작년에는 알록달록 무지개색 양말을 받았다. 장난기 가득한 부모님의 선물에 놀란 나는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었다. 선물이 무엇인들 대수일까. 부모님이 상점을 둘러보며 고심하는 시간, 주고받았을 대화, 흐뭇하게 돌아오는 발걸음, 선물상자를 건네는 손길까지 아름다운 순간들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는다. 철딱서니 없는 딸이라며 핀잔을 주시면서도 함께 나눈 소소한 행복을 부모님도 즐기시는 듯하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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