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죽음보다 현실적인 고뇌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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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마라."
싸움을 앞두고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말을 남긴 그의 머릿속엔 마지막까지도 왜군을 조선의 바다에서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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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 부담, 영화 표현 만족
북치는 연습하다 근육통 와
“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마라.”
1598년 12월 16일 남해에서 벌어진 노량해전에서 왜군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말했다. 조선 수군은 달아나는 왜군을 쫓던 중이었다. 싸움을 앞두고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말을 남긴 그의 머릿속엔 마지막까지도 왜군을 조선의 바다에서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에서 충무공을 연기한 김윤석은 지난 20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위대한 장수의 죽음보다는 400년 전 한 50대 군인이 죽는 모습을 진실성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장군이 죽는 순간 세상이 고요해지고 날던 새가 멈추는 느낌이 아니라 ‘내 죽음이 싸움에 방해가 되어선 안 된다.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싸워라’라는 현실적인 판단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이 흐른 시점,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섬멸하려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와 죽음을 그렸다.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을 만든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을 완결하는 작품이다.
김윤석은 “이순신 역을 맡는 건 영광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다른 두 배우에 이어 세 번째 이순신을 맡았기 때문이라기보다 배역 자체가 주는 부담이 컸다”면서 “김 감독이 세 작품에서 각각 원하는 이순신의 모습이 있었고 이 작품에서 표현된 이순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돌이켰다.
‘노량’의 이순신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상당히 복잡하고 착잡한 시기의 이순신이다. 7년 간 전쟁을 치르면서 가장 많이 희생된 건 조선 백성들인데 조선을 배제하고 명나라와 일본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종전을 논의하는 형국이었다”며 “백성들이 총칼뿐만 아니라 전염병과 추위, 굶주림으로 죽은 처절한 전쟁이기에 어떻게 종결시킬 것인지에 대한 이순신의 고민이 컸다. ‘다시는 이 땅을 넘보지 못하도록 완전한 항복을 받아야 한다’는 대사에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셋째 아들 면(여진구)이 왜적의 칼에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꿈에서 보는 장면은 연기할 때도 괴로웠다. 김윤석은 “아버지로서 자식이 살해 당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건 굉장히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감정 이입이 되니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사람으로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20㎏이 넘는 갑옷을 입고 촬영을 이어가는 건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김윤석은 “갑자기 코피가 터졌는데 멈추지 않아 응급실에 갔다”며 “갑옷을 보통 꽉 조여 입는데 중간에 벗을 수가 없어 계속 입고 촬영하다보니 혈압이 올라 코 점막이 터진 거였다”고 했다.
온 바다에 소리가 퍼지도록 북을 치며 부하들을 독려하다가 전사하는 장면은 뭉클함을 선사한다. 그는 “어깨에 근육통이 올 정도로 북 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 어설퍼 보이지 않으려면 4번 타자 정도의 스윙이 나와야 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며 “무전이 없던 시대에 아군들에게 ‘힘을 내자’는 말을 전달하는 방법은 북소리밖에 없었기에 혼신의 의지를 다 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이 시대의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물었다. 그는 “참된 삶, 의로운 죽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올바른 끝맺음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지금도 통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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