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17) 봉투 주고 간 남자, 다시 만난 자리서 유서를 꺼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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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듯 내게도 극심한 슬럼프가 불쑥 찾아왔다.
집회를 마치고 나서려는데 그 남자가 다가오더니 봉투 하나를 건넸다.
그런데 봉투를 받은 후배가 깜짝 놀라며 내게 다시 봉투를 돌려주는 것 아닌가.
"죄송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큰돈을 받을 순 없습니다."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또 다른 봉투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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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 통해 사람 살리는 일에 써달라 부탁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듯 내게도 극심한 슬럼프가 불쑥 찾아왔다. 그 배경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있었지만 믿었던 이들에게 받았던 배신의 상처도 적잖았다. 그럴 때마다 간신히 하나님을 붙들고 회복하기를 반복하곤 했다.
2009년쯤이었을까.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용대 전도사. 우리 교회 철야예배 강사가 급한 사정으로 못 오게 됐어. 대신 말씀 좀 전해줄 수 없겠나?” “목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은 힘겨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
몇 번의 거절에도 부탁하시기에 결국 한 시간만 예배를 인도하기로 하고 교회로 갔다. 강대상 앞에 서서 말씀을 전하는데 예배석 중간쯤 점퍼를 입은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내 말의 문장이 끝나기 무섭게 연신 “아멘”을 외쳤다. 한 시간 동안 100번도 넘게 외쳤던 것 같다.
집회를 마치고 나서려는데 그 남자가 다가오더니 봉투 하나를 건넸다. “오늘 고마웠습니다. 가실 때 간식이라도 드세요.” ‘은혜를 많이 받으셨나’ 하고 생각하며 감사하게 봉투를 받고는 후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후배가 배가 고프다기에 건네받은 봉투를 주며 먹을 것을 좀 사 오라고 했다. 그런데 봉투를 받은 후배가 깜짝 놀라며 내게 다시 봉투를 돌려주는 것 아닌가.
“형 혹시 봉투를 확인하고 저 주신 거예요?” 확인해 보니 집회 강사비로 받은 액수보다 더 많은 금액이 들어 있었다. 봉투엔 한 장의 편지가 동봉돼 있었다. ‘제 연락처를 남깁니다. 가능하시면 꼭 연락주세요.’ 연락처가 없으면 수소문해서라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야 할 판에 전화번호를 남겨 줬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전화를 받은 남자는 간곡히 만남을 청했다. 당황스러움과 고마움이 혼재된 상황에 일단 만나기로 하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남자는 이번에도 봉투를 내밀었다. “필요하신 곳에 쓰세요.” 봉투를 확인하니 이번에도 큰 액수가 들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큰돈을 받을 순 없습니다.”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또 다른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를 열어보곤 흠칫 놀랐다. 안에는 유서가 들어 있었다.
“사실 어제 동생에게 해코지를 했습니다.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제 사업체를 가져가 버렸습니다. 화를 참을 수 없어 일을 저질러 버리곤 저도 자살하려고 했습니다. 잠시 공원에 앉아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찬양 소리가 들렸습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찬양이나 한 곡 듣고 죽자’ 싶은 마음으로 교회에 들어갔는데 전도사님의 찬양과 말씀을 듣게 됐습니다.”
남자는 자수를 하고 죄의 대가를 제대로 치를 테니 찬양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일에 진력해달라며 내 손을 붙잡았다. 그 후 찬양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의 최용덕 간사와 함께 앨범을 준비할 때 내가 쓴 가사로 최 간사가 곡을 붙여 준 노래가 ‘아무런 이유 없이’다.
‘나를 괴롭힌 그 사람 뒤에 계시는 주님을 생각할 때에/ 내 마음속의 미움은 사라지고 용서의 마음으로 변하였네.’(‘아무런 이유 없이’ 중에서)
시간이 훌쩍 흐른 어느 날, 그 남자에게 기도를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 한때 동생을 사지로 몰아 넣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그 남자는 한 지역을 돌보는 군수가 됐다. 이 모든 것이 회개와 용서를 가능케 하는 찬양의 힘 아닐까.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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