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대책 없이 ‘김건희 특검’ 반대만 해선 민심 못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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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비대위원장 취임 일성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
특별감찰관 설치 등 끌어내고 이준석 포용 길 찾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취임했다. ‘9회말 투아웃’의 여권 상황에서 구원 타석에 들어선 모양새다. 검사 출신인 한 위원장은 정치 신인이지만 여당의 대표 역할인 중책을 맡아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중대 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것을 막는 게 지상 목표인 다수당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면서 ‘개딸 전체주의’라는 표현을 써가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동시에 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약속하는 이들만 총선에 공천하고, 본인은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공격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헌신과 정치 개혁을 제시한 만큼 한국 정치에 변화의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에겐 당장의 숙제가 있다. 우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오늘 탈당을 예고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분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당 내에서 받지만, 지지 철회층이나 중도층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다. 용산에도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던 만큼 한 위원장이 재결합을 위한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한 위원장은 어제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만나겠지만, 특정한 분을 전제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내치는 정치 대신 포용의 정치를 복원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또 다른 이슈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 대응이다. 민주당이 28일 강행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여권은 통과 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조항 수정 및 총선 후 수용도 대통령실은 ‘불가’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은 갖고 있다. 원내 대응을 보고받고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법 찬성과 거부권 행사 반대가 60%를 웃돈다. 더욱이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가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 부속실 설치 같은 견제장치 마련도 없이 무작정 특검 반대만 외쳐서는 등 돌린 민심을 얻기 어려운 형국이다.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하는 수직적 당정 관계도 지지율을 낮춘 요인으로 꼽히지만, 한 위원장은 “대통령과 정부는 각자 할 일을 하는 기관”이라며 “수직적·수평적 얘기가 나올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이 정도 인식이라면 여권이 왜 추락했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비대위를 꾸리고 공천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영남에 치우친 인적 구조를 쇄신하고 수도권과 중도층이 환영할 개혁적 인사들을 선보여야 한다. 세대교체는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지연·학연 등과 무관하게 발탁할 때 가능하다. 인연 중시, 회전문 인사 등 대통령이 비판받은 인사와 확연히 달라지는 것, 그게 바로 비상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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