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통하는 中동포도 별따기…요양병원 간병인 절반이 외국인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신성식 2023. 12. 2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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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남수현 기자

"의료기관 내에서 간호와 간병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외국 사례가 거의 없고, 간병은 간호서비스에 포함돼 제공된다. 간병서비스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 돌봄 영역에서 제공된다."

건강보험공단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제언' 보고서에서 한국의 간병제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도 "외국은 병원이 알아서 한다. 간호인력이 다한다. 대소변 받고 기저귀 갈고 밥 먹이는 이런 일을 다 한다"고 말한다. 우리처럼 가족이 병실에 상주하며 간병하거나 유급 간병인을 고용하는 일이 없다.

「 간병부담 10조,정부 제도화 착수
요양병원 간병인 46%가 외국인
중국동포 구하기 점점 어려워져
"일본처럼 해외 양성 후 도입을"

한국에서 외국처럼 운영하는 데가 있긴 하다. 상급종합병원이나 일반종합병원 등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그것이다. 간호인력이 다한다. 다만 입원환자의 39%만 이런 혜택을 볼 뿐 나머지는 가족몫이다. 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이런 간병 사각지대 탓에 한 해 10조원의 부담이 발생한다.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10여년 새 약 3배로 늘었다.


간병 부담 14년 새 약 3배로


요양병원에 한 해 47만명이 입원하고(환자당 평균 153일), 21%가 사망한다. 환자와 가장 오래 붙어있는 사람은 간병인이다. 일반적인 형태는 간병인이 6인실에서 공동 간병을 하고, 병실 한쪽 간이침대를 집 삼아 24시간 보낸다. 정부 조사 결과, 1296개 요양병원에서 3만 4929명이 근무한다. 병원당 27.5명이다. 외국인이 1만 6192명(46.4%)이고, 거의 다 중국동포 여성이다. 경력 1년 미만이 절반가량이지만 3년 넘은 베테랑도 18%나 된다. 정부가 또 400곳만 심층 분석했더니 외국인 간병인만 있는 데가 69곳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중국 허난성 출신의 중국동포 이연화(68·가명)씨는 2004년 한국에 와서 1~2년 식당일을 하다가 경기도 일대를 돌면서 간병인을 했다. 지금은 서울 구로의 한 요양병원에서 6명의 환자를 맡고 있다. 식사 보조, 체위 변경, 기저귀 갈기 등 30여 가지의 일을 한다. 이씨는 "초기에는 중국 사람이라고 얼마나 무시하는지, 엄청 욕먹었다. 집(중국)에 가서 설을 쇤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씨는 "낙상 우려 때문에 침대가 낮아서 항상 허리를 굽혀야 해서 디스크 협착증이 왔다. 공동간병이 무척 힘들다"고 말한다. 하루 9만원 정도를 번다.

한국인이 간병일을 기피하면서 중국동포 아니면 요양병원을 유지하기 힘들게 된 지 오래다. 1997년 입국한 김옥화(66·헤이룽장성 출신)씨는 건설현장을 전전하다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간병인이 됐다. 김씨는 "최선을 다하는데도 보호자가 알아주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분명히 목욕을 시켰는데, 보호자가 나중에 딴소리할 때는 참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한다. 물론 간병의 질도 문제다. 간병인은 대부분 중개업체에서 공급한다. 정부가 43개 중개업체를 조사했더니 20%는 간병인 업무 매뉴얼이 없었다. 19%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 4대 사회보험을 제공하는 데가 14곳에 불과하다.


간병인이 환자 가장 잘 알아


정부는 2024년 7월~2026년 12월 예산 240억원을 들여 요양병원 10곳에서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을 한다. 2027년 모든 요양병원으로 확대하며, 이 때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간병사라는 국가자격증을 도입하지 않고, 요양보호사를 활용한다. 현재 252만여명이 배출돼 있지만 60만명만 현장에서 나와 있는데 장롱 자격증을 이끌어내 활용하려 한다.

다른 한편으로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늘리려 한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외국인(D-10 비자)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지금은 1만6856명의 외국인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고 4795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이 중국인이지만 일본(1359명), 미국(978명), 캐나다(263명), 대만(115명), 베트남인(79명)도 있다. 거주비자나 재외동포 비자 소유자, 결혼이민자 등이 딴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동포 간병인도 줄어드는 추세다. 코로나19 때 고향 갔다가 안 오는 이가 늘었다. 60대가 63%, 70대 이상이 25.4%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간병인은 가치 있는 일을 한다. 24시간 환자 곁에 붙어서 누가 말을 못하는지, 의식이 없는지 등을 훤히 꿰뚫고 있다"며 "치매 노인이 불안증세를 보일 때 잘 아는 간병인이 옆에 가면 안정될 정도로 심리적 지지 역할을 한다. 요양병원의 최일선 일꾼"이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동포 간병인의 2세가 이제는 한국으로 안 온다. 중국 간병인 아니면 현 시스템이 5년도 못 버틸 것"이라며 "개도국의 젊은 인력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AI 간병 투자 서둘러야"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이사장은 "요양보호사보다 한 단계 낮은 간병사 자격증을 도입해 중국동포를 흡수하고, 일본처럼 동남아시아에 간병사 교육기관을 만들어 현지에서 양성해 들여오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기평석 대한요양병원협회 명예회장(가은병원 원장)은 "중국동포도 나이 든 사람만 간병인을 한다. 점점 구하기 힘들어진다"며 "인공지능(AI)을 간병에 도입해 환자 움직임을 모니터하다가 필요한 경우 간병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 지원=남수현 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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