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사건 브로커’ 재판 쟁점된 배달사고…‘휴대폰 장부’ 판도라 상자 열리나

최경호 2023. 12. 2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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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광주총국장

“1500만원, 배달사고 난 것 맞죠?”

‘사건 브로커’ 성모(62)씨 재판이 열린 지난 5일 광주지법 202호 법정. 성씨의 변호인이 증인으로 출석한 탁모(44)씨에게 한 말이다. 성씨에게 건넨 돈을 탁씨 동생(41)이 중간에서 챙긴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이었다. 브로커 성씨는 코인 사기범 탁씨에게 검·경 수사무마 청탁과 함께 18억545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탁씨는 성씨 측 질문에 “(1500만원은) 동생이 아닌, (성씨의 공범) 전씨가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이 건넨 돈이 브로커 성씨 측에 모두 전달됐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성씨에게 준 돈이 하도 많아서 무슨 사건인 줄 알아야 답변을 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검찰이 광주경찰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전직 치안감의 사망 후 불거진 ‘사건 브로커’ 재판이 배달 사고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성씨가 2020~2021년 돈만 받고 검·경에 제대로 수사무마 등을 하지 않았다는 게 탁씨 주장이다. 탁씨는 성씨와 사이가 틀어지자 지난해 8월 성씨의 비위를 검찰에 제보하면서 성씨를 둘러싼 ‘사건 브로커’ 수사가 시작됐다.

반면 성씨 측은 탁씨가 건넸다는 금액보다 5~6억원을 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탁씨가 준 돈은 변호사 선임비를 포함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모두 썼다”라는 입장이다. 양 측의 다툼은 다음 달 11일 열릴 성씨 공판에서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선 재판에서도 성씨 측은 탁씨 형제를 상대로 돈을 건넬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묻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재판을 지켜본 경찰관들은 한결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을 발칵 뒤집은 사건 당사자들이 형량을 줄이는 데만 급급하다”는 말도 나왔다. 성씨는 탁씨 외에도 20여년간 광주·전남에서 경찰 인사청탁과 사건무마 청탁, 관급공사 로비 등에 개입해온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성씨에게 인사청탁을 하거나 수사 편의를 제공한 관련자들을 수사 중이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전·현직 검·경 관계자 3명을 구속기소 했으며, 경찰 등 20여명을 입건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경찰청장을 지낸 현직 치안감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현직 경찰 간부 7명이 직위 해제됐다. 경찰 안팎에선 “현재 수사대상에 오른 전·현직 간부 20여명을 넘어 100여명이 수사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성씨의 공판 때 거론된 ‘휴대폰 장부’의 파괴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탁씨 측이 “성씨 외에도 여러 명에게 금품을 건넨 장부를 휴대폰에 남겼다”고 진술해서다. 그간 광범위하게 로비를 청탁해온 탁씨 형제의 휴대폰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미 검찰의 칼날도 경찰 비위를 넘어 지자체와 정관계 등까지 겨누고 있다.

최경호 광주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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