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기 홍명보·염경엽 “내년에도 우승감독 됩시다”

김효경, 피주영 2023. 12. 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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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87학번 동기인 홍명보(왼쪽) 울산 HD FC 감독과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올해 각각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우승을 이끌었다. 김현동 기자

프로축구 홍명보(54) 감독은 울산 HD FC를 이끌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염경엽(55) 감독은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고려대 87학번 동기다. 두 사람의 인연은 36년 전 안암골 호랑이 시절 시작됐다. 26일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홍 감독과 염 감독을 함께 만나 두 사람의 인연과 나란히 우승을 차지한 소회를 들어봤다. 두 지도자는 서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명보야, 우승 축하해.” (염경엽 감독)
“경엽아, 너도 올해 고생했다.” (홍명보 감독)

고려대 동기인 두 사람은 종종 전화로 안부를 물을 만큼 친한 사이다. 고려대 운동부는 같은 건물을 합숙소로 썼다. 염경엽 감독은 “농구·야구·축구가 같은 층을 써서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그때부터 명보는 수퍼스타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명보 감독은 “1학년들은 선배들 뒤치다꺼리를하다 보니 자주 마주쳤다. 직장인들처럼 선배들한테 욕먹고, 옥상에서 만나 같이 한탄하는 사이였다”고 했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 겸현동 기자
홍명보 감독

염 감독은 “명보는 그때도 잘했는데 난 한량에 가까웠다. 뚜렷한 목표가 없던 시절이라 합숙소에서 도망친 적도 많았다”며 빙긋이 웃었다. 홍 감독은 “경엽이는 야구부에서도 체구가 작은 편이었다. 재빠르고 센스가 있는 선수였다”며 “연락이 뜸하다 경엽이가 넥센 감독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대학 때는 친했는데 서로 바빠서 자주 못보다 대학 동기 30주년 모임을 한 뒤 종종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법학과, 홍명보 감독은 체육교육과를 졸업했다. 염 감독은 “당시엔 체육 특기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1지망으로 법대를 썼다. 아버지가 고대 법대를 졸업하셔서 아들이 후배가 되길 바라셨다”며 “법대 수업에 들어갔는데 반절이 한자여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체육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어서 사범대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동북고를 졸업한 홍 감독은 동북중에 교생실습을 나갔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홍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에 뽑혔을 때라 학생들이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축구부에 들어가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 홍 감독은 "운동을 잘 하는 편이었지만, 학교에 축구부 밖에 없었고, 다른 종목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염 감독은 처음엔 축구와 야구를 동시에 했다. 그는 "사실 운동을 시작한 건 아버지 때문이었다. 강제로 축구와 야구를 하라고 하셨다. 그러다 5학년 때 야구만 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왼쪽)과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현동 기자


고려대 운동부에게 연세대와의 정기전은 1년 농사를 결정짓는 경기다. 염경엽 감독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보다 많은 사람들이 잠실 야구장을 찾는 경기다. 어떤 큰 경기보다 재밌었다"고 떠올렸다. 홍 감독은 "승패에 대한 대우가 확실했다. 1학년 때 졌는데 한 학년당 회식비 10만원 정도가 나와서 술 몇 명 먹으면 끝이었다. 3학년 때 이겼을 땐 다 같이 명동 나이트클럽에서 양주를 마셨다"고 웃었다.

K리그 울산과 프로야구 LG는 우승에 목마른 팀이었다. 울산은 2005년 이후 2021년까지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홍 감독 부임 첫해인 2021년엔 2위에 머물렀다. LG는 1994년 두 번째 우승 이후 정상과는 인연이 멀었다. 그래서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염 감독을 영입하면서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을 맡은 뒤 내 임무는 무조건 우승이었다. 감독으로서 철학도 중요하지만, 가장 급한 건 결과였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도 “김인석 LG 트윈스 사장님이 ‘우승하기 위해서 염 감독을 모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가족들은 반대했다. (SK 감독이던 2020시즌 경기 도중 스트레스로 인해)한 번 쓰러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2년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은퇴하겠다는 마음으로 LG 감독을 맡았다”고 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겸현동 기자
염경엽 감독

2022년 홍명보 감독을 맞아들인 울산은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최종전을 3경기나 앞두고 일찌감치 2년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LG는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다. 염 감독은 LG 감독을 맡은 첫 해이자 지도자로서는 일곱 번째 도전 끝에 ‘우승 감독’이 됐다.

홍명보 감독은 “(왕좌를)지킨다는 마음으로는 2연패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 더 많은 팀의 견제를 받기 때문이다. 도전하는 입장으로 선수단을 이끌었고, 결과적으로 잘 됐다. 지키려고만 했으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야인 생활을 하면서) 2년을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이게 큰 도움이 됐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리더십과 전략을 다시 생각했다”고 밝혔다.

두 리더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원 팀’이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에게 배려와 존중, 특별함을 강조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때론 강한 카리스마도 필요하지만, 선수들이 잘할 수 있게 감독이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생각이 다르고,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팀의 철학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이 꼽는 2023시즌 최대 고비는 5월이었다. 염 감독은 "초반에 무너질 수 있었다. 켈리가 흔들리고 고우석이 없었다. 어린 선발투수들의 성장을 기대했는데, 실패했고 불펜까지 무너졌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끈질긴 야구를 통해서 역전승을 만들고. 5월에 승패 마진 10을 거둔 게 힘이 됐다"고 말했다.

울산은 시즌 초반 독주 체제를 굳혔으나 국가대표 선수가 많아 고민이다. 홍명보 감독은 "머리가 아프다. 1년 동안 달려서 휴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30대 선수들은 더욱 걱정이다. 대표팀에 다녀온 뒤 곧바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도 있다. 슬기롭게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야구배트를 든 홍명보 감독(왼쪽)과 축구공을 든 염경엽 감독. 김현동 기자

두 감독은 이미 2024년을 바라본다. LG는 최근 오스틴 딘·케이시 켈리·임찬규·함덕주 등 핵심 선수들과 재계약을 마무리했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 한 명만 잘해선 우승할 수 없다. 선수와 감독·프런트가 각각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팀을 젊고 건강하게 리빌딩해야 할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타이밍을 놓치면 갑자기 나쁜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염 감독은 대학 동기 홍 감독에게 “2연패를 한 ‘기(氣)’를 좀 나눠달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자 홍 감독은 “염 감독 이야기를 들으니 충분히 2연패를 할 것 같다”고 덕담을 했다. 염 감독은 “프로축구 울산이 3연패를 해 왕조를 구축하길 바란다. 프로야구 LG도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김효경·피주영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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