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허들 낮추는 재건축…“문제는 사업성”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재개발·재건축 착수 기준을 ‘위험성’에서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밝히면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상우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도 26일 취임사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규제와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비사업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준공 30년이 지나면 안전진단 이전에 조합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후도나 주민 동의 등 재개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 장관은 이날 “이념이 아닌 현실과 시장원리에 기초한 주택정책을 통해 시장 안정과 희망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사업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서울 시내 노후 아파트의 6할 이상이 사업성 기준(용적률 180% 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부동산 거래 플랫폼 다윈중개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30년 이상(1993년 이전 준공) 된 아파트 635개 단지(41만2195가구) 가운데 326곳(51.3%·24만82가구)의 용적률이 200% 이상이었다. 통상 부동산 업계에서는 용적률이 180% 이하여야 사업성이 확보된다고 판단한다. 용적률 180% 초과 단지는 401곳(63.1%)으로 집계됐다.
재건축의 경우 용적률이 높은 단지일수록 조합원의 분담금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정비 업계 관계자는 “높은 분담금 때문에 재건축을 망설이는 사례가 잦다”고 전했다. 용적률 상한을 높일 경우 조합원의 분담금은 줄어든다.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치솟는 것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떨어뜨린다. 노량진1구역의 경우 조합이 평당 공사비를 730만원으로 제시했는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건설사들이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안전진단 등 초기 규제 완화와 함께 용적률 상향, 심의 간소화 등 인센티브 제공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초 구조 안정성 비중(50→30%)을 낮추는 등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한 이후 노후 단지들이 대거 재건축을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65건에 불과했던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올해 160여 건으로 급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결국 사업성이 뒷받침되는 곳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반시설이 양호한 서울에는 일정 부분 고밀도 개발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원·황의영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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