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안 맞을 땐, 아버지와 탁구공 타격훈련”

고봉준 2023. 12. 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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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평범한 신인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 깜짝 스타로 떠오른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 정교한 타격과 안정된 수비력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고, 국가대표로 맹활약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20)는 “2023년이 꿈만 같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올 한해를 되새겼다. 생각지도 못한 주전 도약과 국가대표 발탁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1년 전만 해도 꿈꾸지 못할 법한 일들을 현실로 바꿔놓은 윤동희를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동희는 올 시즌 프로야구가 낳은 깜짝 스타다. 지난해 데뷔할 때만 해도 지극히 평범한 신인 중 한 명이었지만, 지난 5월 주축 선수들의 부상을 틈타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어 정교한 방망이와 안정된 수비력으로 류중일 국가대표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특히 중요한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적시타를 때려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윤동희는 “감사하게도 많은 팬들께서 응원을 해주신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다”며 활짝 웃은 뒤 “사실 1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못한 일들이다. ‘전화위복’이란 단어도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윤동희가 전화위복이란 사자성어를 꺼낸 건 국군체육부대(상무) 지원 탈락을 언급하고 싶어서다. 지난해 12월 입단 동기인 조세진, 한태양 등과 입대 신청서를 냈지만, 혼자 불합격했다. 상무는 1군 경력을 높이 쳐주는데 윤동희의 경우 지난해 겨우 4경기만 뛰어 점수가 낮았다. 윤동희는 “상무 탈락 소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주저앉고 싶지 않았다. 이를 악 물고 더 치열하게 올 시즌을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윤동희는 풋살 선수 출신이다. 그런데 초등학생 시절 윤동희의 몸놀림을 눈여겨 본 타 학교 축구부 코치가 부모님을 찾아가 “나를 믿고 야구를 시켜달라”고 설득하면서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윤동희는 “아버지께서 어릴 적 야구선수를 꿈꾸신 적이 있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따라주지 않아 포기하셨다고 들었다. 지금은 사회인 야구로 당시의 아쉬움을 달래신다”면서 “나 역시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다. 코치님의 제의를 받고 고민 끝에 ‘야구를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의 미소가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이후 아버지는 아들의 둘도 없는 후원자가 됐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아들의 실력을 키워주는 코치로 성장을 도왔다. 윤동희는 “방망이가 맞지 않는 날이면 아버지께서 셔틀콕이나 탁구공을 던져주셨다. 작은 공을 맞추면 큰 공을 더 쉽게 맞출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아버지를 따라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아들은 프로에 진출한 이후에도 아버지의 사회인 야구 등번호인 91번을 달고 뛴다.

윤동희는 내년에 또 한 명의 아버지를 만날 예정이다. 바로 김태형 감독이다. 두산 베어스의 황금기를 이끈 김 감독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기로 유명하다. 올해 국제대회를 뛰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는 윤동희는 “어릴 적부터 스스로 만족할 수 없을 땐 나 자신을 혹독하게 대했다. 김태형 감독님 같은 명장과 함께 하게 돼 기대가 된다.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 윤동희

「 ◦ 생년월일 2003년 9월 18일
◦ 출신교 현산초-대원중-야탑고
◦ 신장·체중 1m87㎝·85㎏
◦ 프로 입단 2022년 롯데 2차 지명 3라운드
◦ 올해 성적 107경기 타율 0.287 2홈런 41타점 45득점
◦ 국가대표 경력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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