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발 물류 대란 심상찮은데…이란 장성 피살 악재 겹쳐

박소영 2023. 12.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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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숨진 이란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오른쪽)의 측근으로 알려진 세예드 라지무사비 준장. 이란은 무사비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홍해와 레바논 등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자국군 고위 간부를 살해했다며 이란이 보복을 다짐한 가운데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에 미국도 보복 공습을 가하면서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 세예드 라지 무사비 준장을 살해했다며 보복을 공언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25일(현지시간) “시리아 내 혁명수비대의 가장 경험이 많은 선임 고문 중 하나인 라지 무사비가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자이나비야 지역에서 몇 시간 전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이스라엘 지칭)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무사비 준장은 2020년 이라크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IRGC 정예군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측근이다. 이란과 시리아의 군사 동맹을 조율했고,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에 대한 무기 공급에 관여했던 인물로 전해졌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이 범죄에 대해 분명히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 등은 무사비 준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한편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한 관계자는 이란과 헤즈볼라가 모두 이스라엘을 비난한 뒤 높은 수준의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을 향한 공격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 미군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다쳤다. 미군은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인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소행으로 보고, 이들이 사용하는 이라크 내 시설 3곳에 보복 공습을 했다.

하지만 중동에서의 분쟁 확대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홍해에선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반발해 상선들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고, 이란군 장성 피살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거기에다 시리아·이라크 내에서 미군과 친이란 세력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일부 선박회사들이 홍해 운항을 중단하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물류 대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제유가가 단기 급등하는 등 불안정 우려가 제기된다.

이란 측은 중동에서의 확전을 멈추기 위한 열쇠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이뤄지면 이 지역 전체에서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일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이스라엘군을 방문해 “누가 논하든 상관없이 종전은 없다”며 하마스에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도 이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보낸 서한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에 맞서 격렬하고 폭력적이며 전례 없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며 “점령군의 조건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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