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시선] LG발 인센티브 계약, FA 협상의 새로운 해법

배중현 2023. 12. 2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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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인센티브 조항을 대폭 넣은 조건으로 LG와 FA 잔류 계약을 한 임찬규. 오른쪽은 김인석 사장. LG 제공


LG 트윈스가 주도하는 '인센티브 계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LG는 최근 두 건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발표했다. 지난 21일 임찬규, 사흘 뒤에는 함덕주의 잔류를 공식화했다. 두 투수의 거취만큼 눈길을 끄는 건 계약 조건이다. 임찬규는 최대 총액 50억원 중 48%인 24억원이 인센티브. 함덕주도 최대 총액 38억원 중 47.4%(18억원)를 인센티브로 채웠다.

매년 프로야구 FA 협상은 진통의 연속이다. 과거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선수와 미래 가치를 생각해야 하는 구단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승리하는 쪽은 대부분 선수. 그리고 일종의 전리품으로 높은 계약금을 받아 간다. KBO리그 FA 계약에서 계약금의 비중이 크다는 건 익히 알려진 내용. 2021년 12월 두산 베어스에 잔류한 김재환의 FA 계약은 4년, 최대 115억원. 인센티브 5억원을 제외한 110억원 중 계약금이 55억원으로 절반이었다. 비슷한 시기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박건우는 6년, 최대 100억원 중 계약금으로 40억원을 받았다. '배(총연봉)보다 배꼽(계약금)이 더 크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구단으로선 계약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약의 경우 '안전장치'가 없어 부담스럽다. 옵션을 세부화한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KBO리그는 대부분의 계약이 '풀 개런티'로 이뤄진다. 계약금을 많이 받은 선수는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고액 연봉까지 받는다. FA 계약에 따른 투자 위험성은 온전히 구단의 몫이다.

한국 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가 8일 오전 서울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이유홀에서 ‘2023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LG 차명석 단장이 프런트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2023.12.08.


그런 면에서 'LG발 인센티브 계약'은 신선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LG의 FA 계약이 발표된 뒤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임찬규의 FA 잔류 계약은 난제였다. 올해 14승을 따내며 팀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지만 '연속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최근 두 시즌 연평균 3.5승에 그친 과거에 방점을 찍으면 높은 금액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지지부진할 거 같은 계약이 예상보다 빠르게 끝난 건 인센티브 조항 덕분이었다. 총액을 높이려는 선수의 요구를 수용, 보장 금액을 낮추고 많은 인센티브로 전체 볼륨을 키웠다. 그 밑바탕엔 "좋은 성적으로 더 많은 금액을 받겠다"는 선수의 자신감이 깔렸다. 총액을 높이더라도 안전장치를 확보했으니, 구단으로서도 크게 아쉬울 게 없다.

다만 제2의 임찬규, 함덕주 계약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FA 협상에서 대다수의 선수가 '안전 계약'을 원하기 때문이다. A 구단 관계자는 "맘 같아서는 우리도 인센티브 계약을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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