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깜짝 스타’ 롯데 윤동희…“아버지가 탁구공 던져주셨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20)는 “2023년이 꿈만 같다”며 올해를 흐뭇하게 돌이켜봤다. 생각지도 못한 주전 도약과 국가대표 발탁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까지…. 1년 전에는 꿈꾸지 못했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낸 윤동희를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동희는 올 시즌 프로야구가 낳은 깜짝 스타다. 지난해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평범한 신인 중 한 명이었지만, 지난 5월 주축 선수들의 부상을 틈타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어 정교한 방망이와 안정된 수비력으로 류중일 국가대표 감독의 신임까지 받으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특히 중요한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적시타를 때려내며 롯데는 물론 많은 구단의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윤동희는 “감사하게도 많은 팬들께서 응원을 해주시고 계신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다”며 웃고는 “사실 1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못한 일들이다. 어떻게 보면 ‘전화위복’이란 단어도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했다.
윤동희가 전화위복이란 사자성어를 꺼낸 이유는 바로 국군체육부대(상무) 지원 탈락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윤동희는 입단 동기인 조세진, 한태양 등과 입대 신청서를 냈지만, 혼자 불합격 고배를 마셨다. 상무는 1군 경력을 높이 쳐주는데 윤동희의 경우 지난해 겨우 4경기만 뛰어 많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윤동희는 “상무 탈락 소식을 듣고 당연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선수로 뛸 날이 많은 만큼 주저앉을 새는 없었다. 더 이를 악 물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윤동희는 사실 풋살을 통해 운동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초등학생 윤동희의 몸놀림을 남다르게 본 다른 학교의 축구부 코치가 선수의 부모님을 찾아가 “나를 믿고 야구를 시켜달라”고 설득하면서 인생의 항로가 바뀌게 됐다.
윤동희는 “아버지께선 어릴 적 야구선수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따라주지 않아 그 길을 포기했고, 지금은 사회인야구로 그때의 아쉬움을 대신하고 계신다”면서 “나 역시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한 터였다. 마침 코치님께서 나와 부모님을 설득하셔서 내가 아버지께 ‘야구를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미소를 지으시던 아버지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고 웃었다.
이후 아버지는 아들의 둘도 없는 후원자가 됐다. 때로는 매일 아침 운동을 함께하는 친구로, 때로는 아들의 실력을 키워주는 코치로 성장을 도왔다. 윤동희는 “방망이가 맞지 않는 날이면 아버지께서 셔틀콕이나 탁구공을 던져주셨다. 작은 공을 맞추면 큰 공을 더 쉽게 맞출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아버지를 따라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지금도 아버지의 사회인야구 등번호인 91번을 잊지 않고 달고 있다.
내년 시즌 윤동희는 또 다른 아버지를 만난다. 바로 김태형 감독이다. 두산 베어스의 황금기를 이끈 김 감독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기로 유명하다. 올해 국제대회를 뛰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는 윤동희는 “어릴 적부터 스스로 만족이 되지 않으면 나를 혹독하게 대하곤 했다. 그런 점에서 김태형 감독님 같은 분을 만나 기대가 된다. 강한 카리스마 속에서 분명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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