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빠지고 '천아인' 개별탈당…삐걱대는 이준석 '갈빗집 선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초 예고대로 27일 탈당한다. 이 전 대표는 탈당과 동시에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 내년 1월 중순까지 신당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지만 그동안 동고동락해온 측근들의 합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전 대표 측은 26일 ‘이준석 전 대표 기자회견 안내’라는 공지문과 함께 27일 오후 3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상계동에서 자란 그는 이곳이 포함된 노원병에서 세 차례(2016년 총선, 2018년 재·보궐선거, 2020년 총선)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정치인의 기자회견 장소로는 다소 이례적인 장소인 이 갈빗집은 이 전 대표가 지역구 주민과 가장 많이 소통해 온 장소다.
이 전 대표는 27일 회견에서 그간의 소회를 담은 메시지를 통해 국민의힘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27일 탈당 선언 직후 바로 창당에 들어갈 수 있도록 200명의 발기인 명단을 준비했다”고 예고한 이 전 대표는 탈당 직후 창당 절차에 착수해 늦어도 1월 중순엔 새 간판을 내걸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 전 대표의 ‘신당 구상’과는 달리 탈당 과정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부터 하나의 팀처럼 움직인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 최근 각자도생하는 모양새여서다. 지난 22일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잔류를 선언하며 ‘용’이 빠졌고, 나머지 ‘천아인’도 이 전 대표와 동반 탈당이 아닌 개별 탈당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여권에서는 천하람 변호사와 허은아 의원,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27일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해 동반 탈당을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이 전 대표가 선도 탈당을 하는 선에서 27일 회견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전 대표가 26일 오후 연 내부 회의에서 동반 탈당과 개별 탈당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는데, 참석자들은 정치인으로서 각자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향후 개별 탈당 절차를 통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천아인이 개별 탈당해야 더 많은 기사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셈법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 사람의 기자회견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개별 행동 방침이 알려지자 여권에선 “천아인이 이 전 대표와 다른 행보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이탈하며 “신당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남은 ‘천아인’의 동반 탈당 시나리오마저 무산되자 “이준석계의 단일대오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비례대표 신분인 허 의원의 경우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만큼 끝까지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다. 내년 4·10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하려는 허 의원 입장에선 단순히 ‘예비후보’로 뛰는 것과 ‘현역 의원’으로 뛰는 것은 천양지차다. 당장 8명의 의원실 보좌진이 일자리를 잃는 것도 허 의원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지점이다. 허 의원은 26일과 27일 이 전 대표를 위해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예약했지만, 회견 장소가 바뀌며 모두 취소했다. 허 의원은 본지에 “여러모로 지금은 말을 아낄 때”라고만 밝혔다.
과거 사례를 봐도 신당에 합류하기 위해 비례의원직을 내려놓고 탈당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정농단 사태 때인 2017년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분이었던 김현아 전 의원은 신당인 바른정당에서 활동하면서도 새누리당에 출당이나 제명을 요구한 채 끝까지 자진 탈당하지 않았다. 출당·제명처럼 비자발적 당적 이탈을 한 경우엔 비례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의당 비례대표인 류호정 의원도 금태섭 전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선택’에 합류하기로 했지만 탈당을 하지 않아 당과 마찰을 빚고 있다.
천 위원장도 지난 13일 국민의힘 전남도당 회의에 참석해 “순천을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가 “이준석 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시그널 아니냐”는 말이 나와 논란을 빚었었다. 특히 총선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8일 발표한 획정안에 따르면 순천이 갑·을로 분구될 예정이라 젊은 층이 모여 있는 순천을에 출마할 경우 천 변호사의 경쟁력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천 변호사는 “(탈당하겠다는) 기본 입장과 달라진 건 없고, 순천 출마만 확정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26일 본격 등판한 한동훈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만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특정한 분을 전제로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다영·전민구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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