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노출에 전기·난방 엉망… 잠실 ‘푸르지오’ 오피스텔 시끌

강창욱 2023. 12. 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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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까지도 공사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 '잠실푸르지오 발라드'의 외관. 출처=서울 송파구청 홈페이지 게시판


최근 철근 누락으로 질타를 받은 대우건설 자회사 주거 브랜드 ‘푸르지오 발라드’가 서울 강남권에서도 ‘졸속·날림 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2년간 절반도 못 한 공사를 5개월 만에 끝내기 위해 촉박하게 밀어붙이면서 시공 품질 문제는 물론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불거졌다.

‘잠실푸르지오 발라드’ 입주예정자들은 사용승인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송파구청을 찾아 구조안전 점검과 실태 확인을 요구했다. 사용승인은 관할 관청이 ‘공사가 끝났으니 건물을 사용해도 된다’고 인정해주는 일종의 준공 허가다.

“현장 직원도 죄송하단 말만 했다”
입주예정자 측은 국민일보에 “지난 22~23일 사전 입주 점검을 진행했지만 공사가 완료되지 않고 엉망인 상태였다”며 “전유부분에는 설비와 마감 공사는 물론 빌트인(붙박이) 가구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공사가 겨우 끝난 곳도 졸속공사 여파를 그대로 보여주듯 모델하우스 불일치, 도면 불일치, 오시공, 미시공, 하향 시공, 오물, 패임, 찢김으로 엉망진창 상태로 입주 검사를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시멘트만 발린 계단 통로 바닥. '잠실푸르지오 발라드' 입주예정자 제공


이들이 사전점검 때 촬영한 현장 사진을 보면 벽면 곳곳이 시멘트만 발려 있거나 구멍이 뻥 뚫려 거친 내부가 들여다보였다. 화장대, 싱크대 등 붙박이 가구가 붙이다 만 상태였고 배수관과 조명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한 입주예정자는 “현장 안내자인 시행사 매니저와 지원을 나온 대우건설 관계자도 이런 상황에 변명하지 않고 죄송하다는 말만 연발했다”며 “공용부에는 철근이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적 불안 요소가 팽배하고 피난 기구인 완강기조차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완강기가 창문 경첩 방향에 설치돼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들어가도 3개월 늦어진 입주
잠실푸르지오 발라드는 대우건설 자회사 대우에스티가 송파구 방이동에 지하 3층~지상 17층 126가구 규모로 짓는 오피스텔이다. 강남권에 내놓는 만큼 2021년 7월 분양 당시 ‘럭셔리 펜트하우스 오피스텔’을 표방했다.

입주자 모집 공고와 계약서대로라면 이 오피스텔은 올해 7월 공사를 마치고 9월 중 입주자를 받았어야 하지만 2024년이 임박한 이 날까지도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설치하다 만 상태의 붙박이 가구. '잠실푸르지오 발라드' 입주예정자 제공


대우에스티 측은 “애초 시행사에서 토지 인도가 5개월 정도 늦어지다 보니 공사 일정을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공사 기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지난해 물류난과 각종 파업 등 여러 요인으로 타격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입주가 3개월 늦어지는 것도 어떻게 보면 현장에서 2개월은 캐치업(따라잡기)을 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당초 계획된 공사 일정은 2021년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24개월간이었다. 공사를 끝냈어야 하는 이 기간의 실제 공정률은 46%에 불과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시공사 등은 겨우 5개월 만인 올해 말까지 남은 공정 54%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하고 원래 계획보다 많은 층의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하면서 수분양자를 불안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공사 한창인데 입주 서두르는 이유
시행사는 올해 안에 입주 일정을 밟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최근 입주예정자들이 통보받은 새 입주지정 기간은 이달 30일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다. 입주 시작일을 어떻게든 올해 안으로 밀어 넣은 건 피해 보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입주예정 기간 3개월 초과 시 수분양자는 계약 해지와 함께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시행사가 준비도 안 된 상태로 사전입주점검을 강행한 건 공사지연으로 인한 지체보상금과 3개월 입주 지연에 따른 계약해지, 중도금 대출 이자 및 연체료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잠실푸르지오 발라드'의 올해 10월 말 현장 사진. 출처=푸르지오 발라드 홈페이지


구청의 사용승인이 시행사는 입주 일정을 개시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그동안 시행사 등이 대납하던 중도금 이자가 수분양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시공 상태가 여전히 미흡한 경우 계약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가 살거나 추가 금융비용을 감당하며 입주를 미뤄야 한다. 수개월 입주 지연으로 이사 일정이 꼬이면서 발생한 피해도 계약자 몫이다.

시공사 측은 “되도록 연말부터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당장 다음 달 초에 이사하려는 분들이 있어서 지장이 안 가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중도상환이자 부분은 시행사가 금융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도마에 오른 자회사 시공 능력
업계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분양이 잘됐었는데 그 후 오피스텔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초기에 ‘피’(웃돈)를 주고 분양권을 산 사람을 비롯해 투자 목적 보유자들은 계약 해지를 강하게 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해당 부서가 사실관계 등을 시행사 측에 확인 중”이라며 “행정기관은 규정 이상의 것을 요구할 수 없는 거라 규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푸르지오 발라드’는 대우건설 주거 브랜드 ‘푸르지오’에 산책, 소풍 등을 뜻하는 프랑스어(Balade)를 붙여 만든 하위 브랜드다. 젊은 층을 겨냥해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공급한다. 지난주 띠철근 누락이 뒤늦게 알려져 비판을 받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 ‘은평푸르지오 발라드’는 전용면적 39~59㎡ 145가구 규모 민간임대주택이었다.

반복되는 품질 문제에 대우에스티의 시공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모회사 대우건설의 후광으로 소비자를 유인해놓고 정작 그에 걸맞은 집은 짓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 내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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