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국민 정신건강에 독?…“오히려 예방책 된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정신건강 관련 ‘공중보건 위기상황’ 파악
의료계·정부, 긍정적 활용 기대…“개인 정신 상태까지 예측되길”
“재난 상황 속에서 국민이 느끼는 감정을 미리 파악한다면 선제적인 정신건강 정책 반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미디어 이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포와 불안을 촉발하는 사건사고 관련 내용들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SNS를 통제하기보단 그 속에 담겨진 국민의 반응을 통해 정신건강 악화 정도를 예측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민 정신건강 개선과 IT 역할’을 주제로 국민 정신건강 미래형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플랫폼 개발 필요성과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발제를 맡은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감염병 공포와 코로나블루 등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됐다. 이후로도 이태원 참사,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후쿠시마 오염수방류 등 사건사고들이 연달아 터지고, 무분별한 정보가 퍼지면서 국민들에게 간접적 트라우마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유 교수 연구팀이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이슈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수의 사람들이 부정적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우울감과 실망감 등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적 이슈를 접하고 느낀 감정을 우울 지수(5점 만점)로 측정한 결과, ‘긍정적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는 응답이 4.19점, ‘낙담과 우울함을 느꼈다’ 3.91점,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다’는 3.72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유 교수는 “이런 SNS의 부정적인 요소가 오히려 미래형 정신건강 대응체계 시스템으로 변화할 수 있다”며 “국민들은 미디어를 통해 느낀 감정을 SNS 등에 표현한다. 이런 말과 글, 다양한 행동 양상 등을 빅데이터 형태로 수집해 국민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과학에 기반해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유 교수 연구팀은 ‘국민 정신건강 트렌드 모니터링·관리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은 유튜브, 트위터 같은 SNS 속 국민의 게시물, 댓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민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유 교수를 중심으로 IT 전문가인 양지훈·박성용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최기석 액스콘 책임개발자, 한창수·김준형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이 지난해부터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정신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해당 플랫폼을 정신 분야의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감시하는 매개체로 활용할 예정이다. 재난상황에 따른 국민들의 우울, 불안감 등 정신건강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정책적으로 빠르게 관여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계는 해당 플랫폼 기능이 향후 집단을 넘어 개인에게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창수 교수는 “국가검진만으로는 정신건강을 전향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이번 프로젝트를 활용해 사회 전체의 감정 변화를 측정하고 그것이 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면 보건소, 생활지원센터, 의료서비스 제공 등 적재적소의 정책적 중재로 예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지원을 통해 플랫폼을 제대로 개발한다면 집단이 아닌 개인적 영역까지 넓혀 자살 예방 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준형 교수도 “지금까지는 정신건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정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같은 시스템을 시도해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미세먼지에 대한 데이터 분석으로 호흡기, 심혈관, 정신건강 등 여러 질환 관련성을 밝혀낸 것처럼 미디어에 대한 국민 감정분포 데이터도 여러 연구들을 통해 보건정책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먼 미래엔 개인의 정신건강 예측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 측에서도 이번 연구과제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전달했다.
전명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코로나19 당시 실행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등교 제한 등이 결국 아이들의 정서 발달 감소, 코로나블루 같은 현상들을 일으켰다. 해당 플랫폼이 개발된다면 신종감염병 정책에 따른 국민 정신건강 상태를 빠르게 확인하고 대응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는 개인의 검색, 시간대별 게시글 반응 등 세분화된 예측 데이터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데이터가 정교하기만 하다면 보건당국에서도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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