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9곳 부도…부동산 PF 우발채무 22조, 위기의 건설사
주요 건설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채무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발채무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확정되지 않은 빚이다. 고금리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부진도 이어지고 있어 건설회사의 늘어난 우발채무 규모가 향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발채무 1년 3개월 새 29% 급증
26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건설사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18조원) 대비 29% 늘어났다. 이는 한기평이 유효등급을 부여한 21개 건설사의 우발채무를 집계한 결과다.
앞으로 거둘 사업 수익을 바탕으로 돈을 빌리는 부동산 PF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건설회사인 시공사가 지급보증 같은 신용보강을 한다. 이런 신용보강은 당장 확정된 빚은 아니지만, 만약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시행사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건설사에 채무로 잡힌다. 이 때문에 이를 우발채무라고 부른다.
부동산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는 시행사가 분양 수익으로 빚을 다 갚기 때문에 우발채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처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고, 고금리 상황이 지속할 경우 이 빚이 건설사로까지 넘어올 수 있다.
부동산 PF 불안에 건설사 우발채무 증가
최근 건설회사의 우발채무 증가는 부동산 PF 불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에 금융회사들이 관련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추가적인 신용보강을 요구하면서 급한 대로 건설회사가 자금을 직접 조달하거나 지급 보증하는 사례가 늘어서다. 이런 식으로 생명줄을 연장한 사업장들의 상황이 내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경우 우발채무가 실제 확정채무로 건설사에 돌아올 수 있다.
실제 최근 위기설이 나온 태영건설도 막대한 우발채무가 문제가 됐다. 한기평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연결 기준 부동산 PF 차입금 중 우발채무 규모는 1조2065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기평은 이중 자방자치단체 사업을 빼고 실제 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우발채무를 약 1조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1900억원의 만기가 당장 내년 2월 사이 도래한다.
차입·미수금 늘고 분양 줄고…신용등급 줄하향
이미 건설회사의 재무상태는 이미 악화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건설기업의 합산 차입금 32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0.4% 늘었다. 반면 9월까지 누계 기준 올해 주택착공은 12만6000가구로 전년 동기 57.2% 감소했다. 빚은 늘고 돈은 못 버는 상황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유효등급 20개 건설사의 미수금은 31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25조원) 대비 25.4% 급증했다. 미수금 증가는 통상적으로 건설사 위기의 초기 징후로 여겨진다.
이런 영향에 신용평가사들도 건설사 신용등급을 잇달아 낮추고 있다. 한기평은 지난 10월 일성건설 신용등급 전망을 BB+(안정적)→BB+(부정적)으로 하향했고, 11월에는 신세계건설도 A(안정적)→A(부정적)로 낮췄다.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이 강등(A→A-)됐던 태영건설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최근 A-(안정적)→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철근 누락으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겪은 GS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A+(부정적 검토)에서 A(안정적)로 하향됐다.
3년 만 건설사 부도 최고
건설회사의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2월까지 부도난 건설회사는 총 19곳으로 24곳이 부도났던 2020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이번 달에 부도를 낸 건설사만 8곳에 달했다.
건설회사 위기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가 받는 타격도 크다. 특히 건설회사들은 저임금·일용직 일자리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도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을 언제까지 방치 할 수 없고 “옥석 가리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라 마땅한 위기 탈출 방법이 없다는 점은 고민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실 사업장을 마냥 지원하면 대출 이자만 쌓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건설사가 실업률 등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극한에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적절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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