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90원, 학생들 끼니 챙겼다…中 '조찬 할머니' 애도 물결

27년간 '90원의 아침'을 팔아온 마오스화 할머니(왼쪽). 신화통신=연합뉴스

27년간 사재를 털어 아침 식사를 90원에 팔아온 중국 '조찬(早餐) 할머니'의 부고 소식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신화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저장성의 조찬 할머니로 불렸던 마오스화 할머니가 지난 14일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마오 할머니는 1991년부터 저장성 취저우시 황탄커우촌의 초등학교 문 앞에서 좌판을 벌여 아침 식사를 팔았다. 그는 2018년 장사를 접을 때까지 27년간 줄곧 아침 식사비로 단돈 5마오(약 90원)를 받았다.

약 30년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며 물가도 크게 올랐지만, 마오 할머니는 산간 지역인 황탄커우촌의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파는 음식은 찹쌀떡, 쭝쯔(綜子·연잎 등으로 싸서 찐 주먹밥), 더우장(豆漿·콩국) 등이 전부였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학생들이나 주민들은 아침 식사 한 끼를 해결하기에 충분했다.

마오 할머니가 만든 아침 식사는 좌판을 벌이자마자 동이 날 정도로 인기였다. 매일 새벽 할머니가 맷돌로 콩을 갈아 더우장을 끓이고, 직접 지은 찹쌀밥으로 떡을 만드는 등 음식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팔아서 돈을 벌 수 있겠냐"며 가격을 올리라고 권해도, 마오 할머니는 "가정 사정을 뻔히 아는데 값을 올리면 불쌍한 학생들이 아침을 거를 것이 뻔하다"며 "학생들이 배불리 먹고 몸도 건강해야 공부를 잘하고 나라를 위해 일할 것 아니냐"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오 할머니의 장사는 팔면 팔수록 손해였다. 꼬박 6시간을 장사해 하루에 30위안(약 5400원)을 벌었다. 매달 300∼400위안(5만4000원∼7만3000원)의 적자를 본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매달 받는 남편과 자신의 연금 등을 보태면서 '밑지는 장사'를 이어갔다.

생전 마오 할머니는 "장사를 해서 저축할 돈을 버는 건 고사하고 수중의 돈을 써가면서 장사를 하는 나를 보고 많은 사람이 바보라고 했지만, 가난한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으로 족했다"고 말하곤 했다.

현지 언론 매체를 통해 마오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는 '가장 아름다운 취저우인', '저장성의 도덕 모범', '가장 아름다운 중국인' 등의 호칭을 얻었다. '전국 도덕 모범' 등 각종 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마오 할머니는 "기력이 있을 때까지 계속 장사하겠다"고 했지만, 건강 악화로 2018년 가게를 접었다. 이후 5년간 투병 생활 끝에 세상과 작별했다.

마오 할머니의 손녀사위가 올린 그의 부고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안타까워하면서 그의 영면을 빌었다. 한 네티즌은 "항상 웃는 얼굴로 반겨주던 할머니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그는 취저우의 영원한 자랑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탐욕이 커지는 요즘 세상에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고 나눔을 베풀었던 분"이라며 "조찬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