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의 10조원, 해운업에만 쓰겠다" 먹튀 우려 해명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 HMM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은 HMM의 현금 유보금(이익잉여금)을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쓰겠다는 입장문을 26일 발표했다. 최근 HMM 해원연합노조(선원노조)를 중심으로 하림의 재무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날 하림그룹은 입장문에서 “HMM이 보유한 현금 자산은 현재 진행형인 해운 불황에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게 그룹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MSC‧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해운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림은 또 “불황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HMM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배당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과거 팬오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수합병(M&A) 이후 5년 동안 배당을 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2일 HMM 노조는 하림그룹이 인수할 경우 10조원에 달하는 HMM의 유보금을 하림이 배당 자원으로 쓸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림은 지난 2015년 인수한 벌크선사 팬오션과 HMM의 합병설도 적극 부인했다 “팬오션과 HMM의 합병, 또는 사업구조의 인위적인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그룹의) 계열사가 된 많은 회사가 이전 회사명‧브랜드‧제품 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팬오션과 HMM도 독립 경영과 선의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원칙 아래 각사의 전통과 문화가 유지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림그룹이 6조 4000억원 규모의 HMM 인수전에 참여할 당시부터 그룹의 재무적 여력에 대해선 여러 우려가 나왔다. 증권가에 따르면 인수 파트너인 JKL파트너스와 인수금융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해도 하림 자체적으로 2조4000억원 가량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9월 공시 기준 하림지주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662억원에 그친다. 하림은 팬오션 유상 증자 등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하림은 사업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 물류단지계획심의위원회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통합심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하림지주의 자회사인 하림산업이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인 225번지 일대에 도시첨단물류단지를 개발하는 내용의 사업 계획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하림그룹은 2016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4525억원에 매입했다.
하림산업의 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엔 8만6000㎡ 부지에 지하 8층, 지상 최대 58층 규모의 물류 및 주거시설 등이 설계됐다. 지하에는 물류 시설을 두고, 지상에는 마트 같은 판매 시설을 비롯해 오피스텔(49층)과 아파트(58층)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계획안이 이날 통합심의에서 조건부로 통과될 경우 조건에 따른 이행계획을 마련하는 절차를 거쳐 1∼2개월 뒤에 물류단지 지정 승인 고시가 난다.
결국 하림은 HMM 인수와 서울 물류단지 건설에 13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과 교수는 “1980년 이후 컨테이너 선사는 다른 업종 기업이 인수해 성공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세계 점유율 3%에 그치는 HMM에 수조원을 투입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 하림의 인수에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이에 대해 “물류 단지의 경우 위치가 좋아 사업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투자 유치에 문제가 없다”며 “양재동 물류단지와 HMM 인수는 별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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