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어도 화장 안 해요”…코로나 끝나도 안 팔리네

이유리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6@mk.co.kr) 2023. 12.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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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화장품 가게 안에 위치한 입술 화장품 코너 모습. (출처=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화장품 시장이 엔데믹 후에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소비자들이 개인 신용카드로 화장품을 구매한 총액은 1829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2020년 3월(1843억원)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화장품 구매액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19년 12월 2382억원에서 이듬해 1월 2261억원, 2월 2075억원 등 순으로 급락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고강도 방역 수칙과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인해 화장품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메이크업 화장품 구매가 줄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에도 화장품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잇달아 감소한 화장품 구매액은 지난해 2월 1514억원을 저점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올해 들어 월간 총액이 2000억원을 거의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회복세에 힘입어 중국인 관광객이 유입되고 있지만 ‘큰손’은 줄어들며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체 개인 신용카드 결제액이 지난 7월 62조298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지급결제 동향’에서도 올해 상반기 개인·법인의 신용·체크·선불카드 등 지급카드의 하루 평균 이용액은 3조26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70억원)보다 8.4% 늘어난 바 있다. 그만큼 화장품 시장 침체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서울 시내 한 화장품 매장. (출처=연합뉴스)
증권사의 내년 전망 역시 어둡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화장품 시장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 국내 생활소비재 지출이 축소될 것”이라며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 지출 여력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고물가 기조로 ‘가성비’가 부각되면서 저가 중소형 브랜드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품업계 큰손 관광객이 사라지고 화장품에 입문하는 소비층 연령대가 낮아진 데다 구매 경로가 다양해진 영향이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대표적인 불황 트렌드인 저가 소비 행태가 강화될 것”이라며 “경기 소비재 중 유행이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 산업에서 이런 변화가 가장 선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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