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진 않아도 꾸준히 했다"... 동방신기가 스스로 돌아본 20년
“‘귀걸이, 네 몸무게’를 묻는 가사를 10대 때 이해하긴 쉽지 않죠.”
그룹 동방신기의 두 멤버, 유노윤호(정윤호·37)와 최강창민(심창민·35)는 2004년 발표한 그들의 두 번째 싱글 ‘더 웨이 유 아(The Way U Are)’를 불렀을 때를 떠올리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당시 10대였던 멤버들은 어느덧 30대 중반에 들어섰다.
최강창민은 “상대방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은 한 남자의 간절한 마음이 (가사에) 담겨 있음을 이제는 어렴풋이 이해한다. 10대엔 저돌적이고 직선적인 스타일로 곡을 표현했다면, (지금은) 기존 댄스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능수능란한 분위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발매한 앨범에 활동 초창기 때 부르던 ‘더 웨이 유 아’를 담게 된 배경이다.
20주년 맞은 동방신기…정규 9집 발매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노윤호는 “올해는 동방신기라는 갓난아기가 스무살이 돼 성인식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멋이 풍기는 와인처럼 20년이라는 시간은 동방신기 활동의 원동력이자 강점”이라고 말했다. “노래 잘하고 춤을 잘 추는 분들은 저희보다 훨씬 많겠지만, 스킬(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에너지 차원에서 무대에서 빛나는 그룹”이라고 동방신기의 20년을 자평했다.
이날 발매한 정규 9집 ‘20&2’의 타이틀곡 ‘레벨(rebel)’에는 그룹의 방향성을 담뿍 담았다. 반항아라는 뜻을 지닌 ‘레벨’은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밀고 나아가겠다는 신념을 표현한, 에너지 넘치는 댄스곡이다. 최강창민은 “20년 활동하다 보면 특정한 길에 정체될 수도 있지만, 머무르지 않고 저항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진취적인 뜻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동방신기는 2003년 12월 26일 SBS 특집 프로그램 ‘보아&브리트니 스페셜’에서 5인조로 데뷔했다. 데뷔곡 ‘허그(Hug)’를 비롯해 ‘믿어요’, ‘라이징 선(Rising Sun)’, ‘주문’ 등으로 2세대 아이돌의 대표 주자로 활약했다. 특히 2005년 일본에 진출해 큰 인기를 얻으면서 K팝 한류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 시아준수·영웅재중·믹키유천 세 멤버가 탈퇴하면서 그룹은 한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최강창민은 지난 20년의 활동기간 중에서 가장 영광스러우면서도 위기였던 순간으로 2인조로 재편된 후 처음 무대에 선 2010년 잠실주경기장 SM타운 콘서트를 꼽았다. “다시 무대를 멋지게 할 수 있다는 감격과 영광을 느낀 자리였지만, 동시에 둘만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위기와 두려움도 느꼈다”고 떠올렸다.
스스로 느낀 위기감과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동방신기는 남성 듀오로서의 음악과 무대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2011년 정규 5집 ‘왜’를 시작으로 ‘캐치 미(Catch Me)’, ‘썸띵(Something)’ 등을 발표했고, 2018년엔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7만5000명 규모로 단독 공연을 열었다. 그해 해외 가수로는 최초로 단일 투어 누적 관객 100만명을 기록했다. 유노윤호는 “규모를 떠나서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데 집중해 왔다”면서 “관객을 대하는 진심이나 무대를 꾸밀 방안에 대해 스태프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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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진 않아도 꾸준히 했다”
10주년 BTS(방탄소년단), 15주년 샤이니 등 아이돌 후배들부터 30주년 박진영, 55주년 조용필까지 올해 가요계는 의미 있는 기념일을 맞은 가수들이 많았다. 20주년을 맞은 두 멤버의 각오는 무엇일까.
유노윤호는 “조용필, 나훈아, 남진, 인순이, 박진영 등 선배님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며 “조급하고 빨리 하려고 하기보다는 현역이라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보여드리는 모습 자체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저희는 운이 좋아서 20주년까지 달려왔지만, 후배들은 40주년까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최강창민 역시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근래 들어 무언가를 한결같이 꾸준히 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긴 시간 속에서 저희가 항상 뭔가를 정말 특별하게 했다기보다는 그냥 꾸준했던 것 같다. 저희 팀의 수식어는 '성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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